한국형 GPS, 스페이스X와 손잡고 2029년 첫 위성 발사 확정

|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위성항법 시스템 구축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1호 위성 발사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의 첫 공식 일정이 확정됐다.

발표에 따르면 첫 KPS 위성은 오는 2029년 9월 스페이스X의 발사체를 통해 지구 궤도로 쏘아올려질 예정이다. KPS는 위성 신호를 통해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정밀 항법시스템으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나 자율주행 기술, 항공·해상 교통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핵심 인프라로 활용된다. 현재까지는 미국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에 의존해 왔지만,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외부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가적·산업적 자율성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KPS의 위성은 경사지구동기궤도(IGSO)와 지구정지궤도(GEO)를 혼합해 운용하게 된다. IGSO는 지구 자전과 동일한 주기로 공전하되, 경사각을 유지한 채 운용돼 특정 지역을 오랜 시간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발사될 1호 위성은 IGSO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총 8기의 위성이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우주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5기는 IGSO에, 나머지 3기는 GEO에 배치돼 전 지구적 위치 정밀도를 보완할 예정이다.

현재 독자적인 항법위성 시스템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중국, 일본, 인도 등 여섯 나라에 불과하다. 한국이 예정대로 KPS를 구축하게 되면 세계에서 일곱 번째이자, 기술적으로도 높은 독립성을 확보한 나라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다. 특히 이는 군사적 자립도뿐 아니라, 드론, 자율주행차, 무인 항공기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우주항공청은 KPS가 단순한 기술 상징을 넘어 일상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희 우주청 인공위성부문장은 KPS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상·재난 대응과 공공안전, 산업 경쟁력 강화 등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2035년까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한국이 글로벌 위성항법 시장에서 기술 자립과 산업 육성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또한 KPS를 플랫폼 삼아 주변국과의 협력 및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되면서, 우주항법을 비롯한 전체 우주 산업의 중장기적 성장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