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핵심 개발자들이 네트워크에서 임의 데이터 저장 용량 제한을 제거하는 코드 변경을 추진하면서 커뮤니티 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변경은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 버전 30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 버전이 배포되면, 특정 데이터 삽입 기능인 ‘OP_RETURN’의 80바이트 제한이 사라진다. 이 조치는 단순한 기술 업데이트 이상으로, 비트코인의 철학과 방향성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OP_RETURN은 금융 거래와 무관한 임의의 데이터를 체인 위에 기록하는 데 사용되는 연산 코드(opcode)다. 일부 개발자는 이번 제한 해제를 통해 확장성과 유연성이 개선된다고 평가하는 반면, 또 다른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비트코인을 목적에서 벗어난 ‘데이터 저장소’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기업의 입김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OP_RETURN이 코드에 도입된 것은 2014년 3월, 비트코인 코어 0.9.0 버전 출시 때였다. 그러나 임의 데이터 저장에 대한 논쟁의 뿌리는 그보다 훨씬 앞선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비트코인이 출시된 지 1년 남짓 되었을 때,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미 비트코인이 특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비정형적 데이터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된 토론은 초기 비트코인 포럼에서 활발히 논의됐고, 개발자들은 코드 상으로도 이를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번 변경은 단순한 코드 수정에 그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화폐 이상을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과 맞닿아 있다.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보장과 NFT, 메시지 기록과 같은 새로운 응용 분야의 활용 가능성은 매력적이지만, 네트워크 혼잡과 과도한 데이터 소비는 이에 반하는 우려로 작용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제한 해제로 장기적으로 노드 운영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며, 악용 사례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지금, 창시자의 정신을 계승할 것인가, 시대 흐름에 맞춰 진화할 것인가를 두고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번 OP_RETURN 논쟁은 단지 코드 변경 이상으로, 비트코인의 미래 방향을 가늠할 시금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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