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주력 여객기인 737 맥스 시리즈를 대체할 차세대 항공기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는 초기 기획 및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항공업계의 판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9월 30일(현지시간), 보잉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는 최근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 경영진과 새로운 여객기에 적용할 차세대 엔진 개발 관련 논의를 가졌다. 또한 조종실(콕핏) 설계도 전면 개편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는 개방적 설계 논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실질적인 기체 개발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보잉이 후속 여객기 개발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배경에는, 737 맥스 기종이 장기간 신뢰 위기를 겪은 데 따른 생존 전략이 깔려 있다. 737 맥스는 2017년 처음 투입된 기종으로, 보잉의 단거리·중거리 여객기 시장에서 핵심 모델로 운용돼 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대형 추락사고로 전 세계적으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높아졌고, 이후 미 연방항공청(FAA)이 한동안 운항을 전면 금지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4년 1월, 알래스카항공의 737 맥스9 기종에서는 고도 약 5천 미터 상공에서 창문과 기체 일부가 뜯겨 나가 승객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조 공정상의 결함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FAA는 보잉의 737 맥스 생산량을 한 달에 38대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는 보잉의 공급망과 수익 구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잉은 여객기 납품 지연과 인증 지연에 대한 책임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경쟁사인 에어버스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잉은 기존 항공기 약 6천 대의 납품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새 기종의 인증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잉이 새로운 기종 개발을 통해 기술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항공업계의 주도권을 좇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기종의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개발 초기 단계에서의 판단과 전략이 향후 보잉의 위상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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