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변호사 업무 15시간 줄인 이브, 1,484억 원 투자 유치

| 김민준 기자

법률 기술 스타트업 이브(Eve)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법률업무 효율화 플랫폼을 앞세워 1억 300만 달러(약 1,484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스파크 캐피털을 주축으로 안드리센 호로위츠,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멘로 벤처스가 투자에 참여했으며, 올해 1월 당시 시리즈A에서 4,700만 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불과 9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이브의 AI 솔루션은 변호사들이 반복적인 업무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사건 수임 전 단계에서의 문서 검토를 자동화해, 소송이 가능성 있는 사건인지 사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플랫폼은 최종 선택된 사건에 대해서는 관련 문서를 요약하고, 특히 의료소송처럼 복잡한 분야에서는 건강기록에서 중요한 정보를 추출해 오류 가능성까지 식별해낸다. 회사 측은 이러한 AI 기능이 사용자당 주 15시간까지 업무 시간을 절감해준다고 설명했다.

이브는 또 수요서 작성, 소송 상대 측 증거 요구 문서 작성 등 다양한 법률문서 생성까지 지원한다. 기본 서식과 기존 문서를 기반으로 변호사의 스타일에 맞는 결과물을 자동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법률 문서 간의 논리적 불일치를 식별하고, 소송 초기에 로드맵을 제시하는 ‘추론 모드(Reasoning Mode)’ 기능을 추가하면서 플랫폼 범위를 더욱 확장했다.

법률팀의 기초 행정 업무까지도 이브는 자동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에는 고객 송장 작성을 간소화하는 기능을 추가했고, 연간 20만 건 이상의 사건이 현재 플랫폼을 통해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이브는 제품 고도화와 고객 온보딩 및 지원 부서 확충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브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제이 마데스와란(Jay Madheswaran)은 "초기 상담부터 최종 판결까지, AI는 사건의 전 과정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번 투자금 대부분을 최고 수준의 제품과 이를 뒷받침할 팀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브는 올해 초 이후 1억 달러(약 1,440억 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주요 법률 AI 스타트업 중 하나로, 최근 4억 달러를 유치한 파일바인(Filevine)과 1억 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에우디아(Eudia) 등이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법률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브는 이 중에서도 반복 업무 자동화에 특화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이브의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