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AI 칩 자립 본격화…칩 스타트업 리보스 인수

| 김민준 기자

메타(META)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자립을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섰다. 실리콘밸리의 칩 설계 스타트업 리보스(Rivos)를 인수하며 자체 AI 칩 개발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인수는 메타의 전략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수조 원에 달하는 외부 칩 구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리보스를 비공개 금액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메타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이지운(Yee Jiun Song)이 링크드인을 통해 리보스 인수를 간접 확인하면서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그는 “리보스는 AI 시스템 전체 스택에 대한 깊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췄다”며 “우리의 AI 컴퓨팅 확장 비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리보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보스는 오픈소스 칩 아키텍처인 RISC-V 기반의 칩 개발을 주력으로 한다. 이는 인텔과 AMD가 주력하는 x86 아키텍처와 대비되며, ARM처럼 비싼 라이선스 비용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리보스는 현재 제품을 시중에 판매하고 있지는 않지만, GPU와 다수의 CPU를 결합한 고성능 AI 추론용 칩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칩은 AI 추론 작업에 최적화된 설계로, 엔비디아(NVDA)의 루빈 CPX와 유사한 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리보스는 RISC-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RVA23 프로파일’ 개발에 참여한 바 있는데, 이는 벡터 연산 등 AI와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저수준 연산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테라바이트급 메모리 탑재가 예고되며, AI 워크로드에 필수적인 고속 데이터 입출력이 기대된다.

메타의 이번 인수 목적은 AI 칩 개발 프로젝트인 '메타 트레이닝 및 추론 가속기(MTIA)'를 본격화하려는 데 있다. 이미 수조 원 규모의 외부 GPU 구매 및 AI 인프라 임대에 의존하고 있던 메타는 이 같은 의존도를 줄이고자 자체 칩 내재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메타는 코어위브(CoreWeave)와 6년간 142억 달러(약 20조 4,800억 원) 규모의 AI 반도체 확보 계약을 체결하며 고성능 AI 운용을 위한 외부 의존도를 공고히 했지만, 리보스 인수를 통해 장기적 대응에 나선 셈이다.

메타는 이미 대만 TSMC와 협력해 MTIA 칩의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에는 첫 테이프 아웃(설계 타당성 검토 과정)을 완료했다고 알려졌으며, TSMC는 리보스의 칩 양산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처럼 제조 인프라까지 공유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의 규모가 수십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리보스가 지난 8월, 기업가치 20억 달러를 상회하는 조건으로 최대 4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 유치 협상을 벌였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궁극적으로 메타는 맞춤형 AI 칩을 통해 엔비디아 등 외부 반도체 기업에 매년 수조 원을 지불하던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복안이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올해만 AI 분야에 약 700억 달러(약 100조 8,000억 원)를 투입할 것으로 밝힌 바 있어, 이번 인수는 메타의 AI 투자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