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경쟁사인 AMD의 칩 제조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반전을 꾀하려는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세마포르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자사의 파운드리 부문을 통해 AMD의 칩을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AMD 측과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이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제 계약 체결까지 이어질지 여부나 생산 규모 등 구체적 내용은 불확실한 상태다.
AMD는 현재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에 의존해 칩을 생산하고 있다. AMD와 인텔은 개인용 컴퓨터(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오랜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지만, 이번 논의가 성사될 경우 전통적인 경쟁 구도가 일부 완화되면서 파운드리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인텔은 최근 몇 년 새 고전해온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파운드리 부문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체 생산 기반을 활용해 외부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AMD가 고객이 될 경우 시장에 상당한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 경쟁사조차 수주할 수 있는 수준의 생산 능력과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인 인텔은 최근 립부 탄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지휘 아래 트럼프 행정부,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 엔비디아, 일본의 투자회사 소프트뱅크 등과 투자 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행보는 생산 인프라 확대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기대감은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10월 1일 뉴욕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일 대비 7.12% 상승한 35.94달러로 장을 마감했으며, 두 달 전인 8월 1일 19.31달러였던 인텔 주가는 같은 기간 77%나 급등했다. 이는 시장이 인텔의 체질 개선과 고객 확보 가능성에 긍정적인 기대를 거는 신호로 평가된다.
양사 모두 이번 논의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인텔은 논평을 삼갔으며, AMD 또한 루머 또는 추측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가능성이 업계에 알려진 것만으로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전략에 대한 주목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인텔은 향후 TSMC, 삼성전자 등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략적 고객 확보에 성공할 경우, 인텔은 단순한 반도체 제조업체를 넘어 글로벌 종합 반도체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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