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MD 반도체 협력 논의…美 파운드리 판도 흔드나

| 김민준 기자

인텔(INTC)이 경쟁사인 AMD(AMD)와 칩 생산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논의가 성사된다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건에 신뢰를 더하는 사례가 될 수 있어 영향력이 작지 않다.

2일(현지시간) 세마포(Semafor)는 인텔과 AMD가 구체적으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활용해 AMD의 일부 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로, 거래 규모나 일정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로 확인될 경우 AMD는 인텔의 고객사로 편입되는 셈이다.

인텔은 수년간 대만 TSMC에 뒤처진 제조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으며, 외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정상화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인텔이 여전히 보유한 자체 반도체 생산 능력을 외부 기업에 개방하는 작업은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돼 왔으며, 지난달에도 엔비디아(NVDA)와 새로운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엔비디아는 인텔에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를 투자하면서 4% 지분을 취득했고, 양사는 맞춤형 PC 및 데이터센터 칩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AMD는 이미 오래전 자체 반도체 공장을 분사시켜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라는 독립 기업으로 운영해왔으며, 현재는 대부분의 고성능 프로세서 제조를 TSMC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를 잇따라 요구하면서, AMD 역시 공급망 다변화를 고려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인텔의 지분 10%를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미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AAPL)도 TSMC 의존도 탈피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회귀 움직임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AMD와 인텔이 실제 협력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엔 의문도 제기된다. 월가의 대표 애널리스트 중 하나인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래스곤은 "AMD와 인텔은 현재 PC 및 서버 칩 시장에서 직접 경쟁 중인 만큼 서로에 의존하기를 꺼릴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그는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신규 반도체 공장을 AMD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 주가는 이날 협상 소식에 힘입어 7% 넘게 급등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올해 들어 인텔 주가는 80% 이상 상승하며 대세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외부 협력 확대와 정부 지원 기대감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첨단 14A 노드 기술을 갖춘 인텔이 외부 고객 확보에 실패할 경우 파운드리 부문을 아예 분사한다는 내부 전략도 소개된 바 있다. 따라서 AMD와의 논의는 단순한 협상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협상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지형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