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이 이론과 실험의 경계를 넘어서 실사용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스타트업 사이쿼럼(PsiQuantum)은 상용화 가능한 대규모 양자 컴퓨터 개발을 위해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회사는 기존 전자의 흐름을 이용한 반도체 대신 빛 기반 소자를 사용하는 접근으로, 업계에서 실현 가능성 높은 양자 컴퓨팅 구현에 가장 근접한 기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피트 셰드볼트(Pete Shadbolt) 사이쿼럼 공동 창업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열린 'AI 팩토리와 데이터센터의 미래' 행사에서 “이제는 연구소 단계를 넘어 대형, 실질적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며, “수 개월 내 대형 프로젝트 착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누구도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를 만들지 못한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사이쿼럼의 접근 방식이 상업적 변곡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쿼럼의 차별화된 전략은 바로 실리콘 포토닉스를 이용한 양자 칩 집적 기술이다. 원래 통신 산업에서 사용됐던 이 기술은 뉴욕 주에 위치한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의 팹 8 시설과의 협력을 통해 최첨단 제조 수준으로 끌어올려졌다. 기존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빛을 매개로 양자 정보를 다룰 수 있어, 동시에 대량 생산과 고도화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셰드볼트는 “우리는 상업적 반도체 팹에서 웨이퍼를 생산하며, 이 칩을 기반으로 내구성 높은 양자 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화학, 소재 공학, 신약 개발, 에너지 촉매, 비료 및 차세대 반도체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실용화할 계획이다.
사이쿼럼은 반도체 산업이 축적한 수십 년의 설계 및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복잡한 새로운 소재 도입 없이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양자 컴퓨팅의 ‘스케일 업’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업계가 직면한 가장 실질적 해법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아직 양자 컴퓨터는 인공지능(AI)처럼 실생활에 당장 적용되기엔 기술적 격차가 남아 있지만, 사이쿼럼이 제시하는 이정표는 업계 전체에 뚜렷한 방향성을 제공하고 있다. 셰드볼트는 “업계 전반이 주요 기술 장벽들을 하나씩 넘어서고 있다”며, “양자 컴퓨팅의 상업적 전환점이 머지않았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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