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분석 기관이 최근 해킹 사고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의 기업 가치를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성장 가능성과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근거로,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 시킹알파는 10월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SK텔레콤에 대해 “기존 통신 사업에서 견조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발생한 해킹 사고의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해킹 피해로 인한 일부 가입자 이탈은 있었지만, 전체 수치로 보면 이전 분기 대비 여전히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5세대(5G) 통신 가입자는 1,720만 명에서 1,700만 명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지난해 말보다 많은 수준이며, 초고속인터넷과 IPTV 사용자 수도 큰 변동이 없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이번 사고로 인해 고객 보호와 보안 강화를 위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SK텔레콤이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기술적 보완에 나서는 점은 향후 충성 고객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킹알파는 특히 SK텔레콤이 추진하는 인공지능 사업 부문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울산에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인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B2B(기업 간 거래) 대상의 AI 서비스 확장 사업 등은 향후 새로운 수익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글로벌 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과 퍼플렉시티에 총 1억 1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등 외부 협력을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 노력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재무 구조도 안정적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시킹알파는 SK텔레콤이 통신 업종 내 타 기업에 비해 레버리지가 낮고, 해킹 사고와 같은 비정상적 변수에도 재무 상황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후 추가 투자나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유연성을 제공하는 요소로 꼽힌다.
다만 부정적인 요소도 없지는 않다. 해당 보고서는 이번 해킹 사태 이후 고객 이탈률이 몇 분기 동안은 평년보다 다소 높을 수 있다고 진단했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인구 감소와 같은 구조적인 제약 요인이 SK텔레콤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시장 진출과 새로운 서비스의 발굴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덧붙여졌다.
한편 국내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관점을 보이고 있다.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해킹 이슈는 사실상 정리됐으며, SK텔레콤의 실적 전망도 충분히 보수적으로 조정된 상황”이라며, "시장 금리 하락 및 배당 관련 세제 개편 기대감이 더해져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평가들은 당장의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성장 가능성과 기술 기반 확장성을 중시하는 최근 투자 기조와 맞닿아 있다. 향후 통신기업에서 기술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성공할 경우 SK텔레콤이 재평가받을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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