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로 사생활 엿본다? 일부 제품서 심각한 보안 결함 발견

| 연합뉴스

로봇청소기가 일상 가전으로 널리 보급되는 가운데, 일부 제품에서 보안 취약점이 발견돼 소비자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될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관련 기관들이 안전한 사용 수칙을 발표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시중에 판매 중인 로봇청소기 6종을 대상으로 보안 점검을 실시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사용자의 애플리케이션 계정 정보만 알면 추가 인증 없이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이나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확인됐다. 이는 타인이 원격으로 해당 기기를 조작하거나 사생활을 엿볼 위험까지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보안 결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업체들에 보안 조치를 권고하거나 시정 처분이 내려졌다.

로봇청소기는 자율 주행 기능을 활용해 집 안 구조를 스캔하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특성상, 위치 정보나 내부 영상이 외부에 유출될 경우 큰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고급형 제품들에는 실시간 카메라와 음성 인식 기능까지 탑재돼 있어, 해커의 침입이 실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한국인터넷진흥원은 10월 4일, 로봇청소기의 사용 단계별 보안 수칙을 공개하고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진흥원은 기기 구매 전 제품 설명서나 카탈로그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보안 인증 여부를 확인하고, 초기 설정된 비밀번호는 반드시 8자리 이상의 복잡한 조합으로 변경할 것을 권장했다. 이외에도 앱은 반드시 공식 앱 마켓에서 내려받고, 사용 중에는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의심스러운 접속 기록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유기 역시 최신 Wi-Fi 보안 규격인 WPA3나 WPA2가 적용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로봇청소기에 부착된 카메라 사용은 필요할 때만 최소화하고, 차단 기능이나 추가 인증 절차를 설정하는 것도 권장된다. 중고 거래를 고려하고 있다면, 공장 초기화와 앱 내 지도 정보 삭제, 계정 연동 해제 같은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진흥원 측은 강조했다.

로봇청소기 같은 스마트 가전이 늘어나면서 기존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사생활 보호나 사이버 보안 문제가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조사들이 제품 설계 초기 단계부터 보안을 강화해야 하며, 소비자 역시 단순 편의성뿐 아니라 보안 기능도 주요 구매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스마트홈 시장 전반에서 보안 조건이 제품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