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에서 AI 핵심 인프라로…장성군, 1조2천억 투자 유치 성공

| 연합뉴스

전남 장성군에 위치한 폐광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탈바꿈하는 국내 첫 사례가 추진되고 있다. 광산의 지하 공간이 저온을 유지할 수 있는 특성과 구조적 안전성 등을 고려한 결과로, 해당 사업은 민간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LS그룹은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에 위치한 옛 고려시멘트 건동광산을 활용해 지하 6층부터 10층까지 총 5개 층에 걸쳐 150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광산은 원래 석회석 채굴을 위해 개발된 시설로, 지하 공간의 평균 폭이 12미터, 높이가 8미터에 달해 대형 장비가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냉방 비용이 전체 전력 사용량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낮은 지하 온도와 지하수를 냉각수로 활용할 수 있는 폐광은 냉방 효율성이 높아 운영 비용 절감에 효과적인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장성군은 폐광 지하 공간이 여름철에도 서늘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어 이 같은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사업은 단순히 지방 중소도시에 유휴 공간을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첨단 산업 인프라 유치 경쟁 속에서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장성군은 지난 8월 LS그룹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사업 부지를 제공하는 대신 해당 그룹이 2028년까지 1조 2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장성군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설계 용역비 2억 원도 편성한 상태다.

한편, 건동광산은 1973년부터 가동된 광산으로 고려시멘트의 주 채굴지 중 하나였으나, 시멘트 공장 폐쇄와 함께 2023년 이후로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해당 부지는 공공기여 방식으로 장성군에 기부채납됐고, 그 활용 방안을 두고 다양한 검토가 이어져 왔다. 해외에서는 광산이나 지하 터널을 데이터센터나 서버 저장시설로 전환하는 것이 이미 보편화되고 있으며, 북유럽 등지에서는 자연 냉방 효과를 활용한 비슷한 모델이 운영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폐광이나 유휴 지하공간을 첨단 인프라 기지로 활용하는 정책적, 산업적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지역 자산을 첨단 산업과 연계함으로써 지방의 경제활력을 높이고 전국적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