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소재와 장비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미콘 웨스트 2025’가 오는 10월 7일부터 9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재편과 공급망 강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번 전시회는 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새로운 동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미콘 웨스트’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소재·장비 전시회 중 하나다. 올해 행사에는 30개국 875개 기업이 참가하는 등 지난해보다 참가 기업 수가 약 35% 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들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테스트 시스템, 차세대 패키징 기술 등 최신 산업 동향을 현장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개최 장소가 기존의 샌프란시스코에서 피닉스로 처음 변경된 점이 주목된다. 피닉스가 위치한 애리조나주는 미국 내에서도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 급부상 중이다. 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대만), 삼성전자, 인텔 등이 최근 수십조 원 규모의 현지 투자를 잇달아 단행하며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에 참가하는 글로벌 기업 면면도 화려하다. 미국의 대표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네덜란드의 장비 전문 기업 에이에스엠, 그리고 반도체 패키징 장비 분야의 주요 공급사 BE 반도체 인더스트리까지, 각 분야 선도업체들이 대거 참석해 최신 기술력을 선보인다. 이는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선점을 노리는 각국 기업 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의 참여도 예년보다 확대됐다. 작년 59개사에서 올해는 64개사로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KOTRA)가 공동 운영하는 통합한국관에는 한솔아이원스, 나노텍 등 총 22개 업체가 참가한다. 리노공업, 글로벌 스탠다드테크놀러지 등은 개별 전시 부스를 통해 현지 바이어 및 파트너와의 연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전시장 인근에서는 글로벌 장비업체 에이에스엠과 인텔이 함께하는 교류 행사가 마련돼 업계 동향과 공급망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반도체 공급 기반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던 과거에서 벗어나 북미, 유럽,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복수 거점 체제로 재편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한국 기업에게는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내 입지를 재확인하고 새로운 시장을 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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