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두뇌에 컴퓨터 인터페이스 칩을 이식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인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이식 실험에 대한 임상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며, 인간 실험 데이터를 포함한 첫 동료평가 논문을 유수 의학 학술지에 제출한 것이다.
뉴럴링크의 임상시험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배로 신경학 연구소가 주관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은 지난 3일 뉴욕에서 열린 ‘뇌-이식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뉴럴링크 칩을 이식한 초기 환자 세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된 논문이 미국의 대표적인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제출됐다. 이는 인간에게 적용한 신경 인터페이스 장치에 관한 논문 중 최초로 동료평가 절차를 밟으면서 과학적 검증의 문턱을 넘었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뉴럴링크는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에서 기술력과 가능성을 강조해왔지만, 의료계와 학계에서는 공식적인 임상 데이터의 부족을 지적해 왔다. 뉴럴링크는 이미 12명의 인간에게 칩을 이식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번이 처음으로 공개적이고 학술적인 평가를 받는 과정에 들어선 셈이다.
뉴럴링크는 현재까지 총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가 넘는 자금을 유치했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업가치가 약 90억 달러(12조 7천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같은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과학계의 반응은 신중했는데, 주요 원인이 학술적으로 검증된 인간 임상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논문은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사는 향후 시장 확대에 대한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투자자들과의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2031년까지 연간 2만 명의 환자에게 BCI 칩을 이식해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대중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임상시험을 담당하는 배로 연구소의 마이클 로턴 소장은 건강한 일반인이 아닌, 치료 목적이 확실한 환자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이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인간과 기계 간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증 신체마비나 신경계 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기술로 우선 적용되겠지만, 향후 정책적, 윤리적 기준이 마련되면 일반 대중에게로의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학계는 이번 논문 발표를 계기로 뉴럴링크 기술의 안전성과 실효성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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