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 전 세계 1위…미국·한국 압도

| 연합뉴스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반도체 산업 자립과 기술 굴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술 차단 정책에 대응하려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정책자금 투입이 주요 배경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6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웹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해 총 302억5천만 달러(한화 약 41조6천억 원)를 투자해 전체 투자액의 52.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13억9천만 달러, 한국은 10억1천만 달러를 투자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스타트업 수 기준으로도 중국은 1천130개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보였다.

중국의 이 같은 집중 투자는 단순한 벤처 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반도체 분야의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민간 자금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 자금을 통해 반도체 제조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은 양자컴퓨팅, AI 반도체 등 고도화된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기술 회수 성과(엑시트) 면에서는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반도체 스타트업 중 5.24%는 투자를 성공적으로 회수해 기업 공개나 인수합병에 성공한 반면, 중국은 1.72%에 그쳤다. 이는 미국의 투자가 보다 선택적이고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몰렸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국은 같은 기간 스타트업 54개를 설립하고 총 1억6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으나, 시장 내 영향력은 아직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AI 가속기 설계, 반도체 IP(재사용 가능한 반도체 설계 자산) 개발 등 특정 세부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보이고 있으며, 리벨리온, 세미파이브 같은 신생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 중심 산업 구조에서 AI 반도체 생태계로의 전략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이런 흐름은 기술 주도권을 향한 국가 간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투자 규모를 바탕으로 공급망 자립을 앞세운다면, 미국은 기술 고도화로 앞서 나가려는 전략이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과 기술기반 스타트업 간 연계 강화, 글로벌 자본 유치 등을 통해 틈새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는 방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