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이 자사의 기업용 핵심 애플리케이션 제품군 ‘비즈니스 스위트(Business Suite)’에 인공지능(AI)을 본격적으로 통합하고, 데이터 클라우드 역량을 크게 확장하며 디지털 전환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들이 복잡해진 비즈니스 생태계 속에서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조처다.
이번에 추가된 기능의 핵심은 AI 에이전트와 향상된 데이터 연결성으로 요약된다. SAP는 대규모 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 클라우드에 보안성과 속도를 모두 갖춘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 커넥트(Business Data Cloud Connect)’ 기능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데이터 복사 과정 없이 자체 보유한 레이크나 플랫폼에서 SAP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ETL(추출·변환·적재) 파이프라인의 한계였던 데이터 중복 문제와 분석 지연을 해결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SAP는 이미 다트브릭스(Databrick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 기능을 상용화하고 있으며, 오는 2026년 상반기에는 구글의 대규모 분석 플랫폼 ‘빅쿼리(BigQuery)’와도 연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마노즈 스와미나탄 SAP 최고제품책임자는 “시스템별로 단절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사용자에게 하나의 단일 데이터층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통합된 데이터 기반은 SAP의 AI 어시스턴트 ‘줄(Joule)’의 진화를 가능케 했다. 줄은 이제 단순한 채팅 챗봇을 넘어, 사용자 역할에 따라 적절한 AI 에이전트를 자동 연결해 인사이트 제공, 반복 업무 자동화, 다음 단계의 의사결정 지원 등 구체적 기능을 수행하는 AI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SAP는 현재 40개 이상의 역할별 AI 에이전트를 비즈니스 스위트에 탑재했다.
예를 들어, 재무팀은 ‘이연 수익 처리’ 에이전트를 통해 기간말 회계 처리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으며, 구매 부서에서는 SAP 아리바(Ariba) 상의 계약 해석, 소싱 이벤트 생성, 입찰 평가 등이 AI로 보조된다. 공급망 분야에서는 라이브 지식 그래프 기반의 리스크 분석 및 대응 지원도 가능해졌다.
SAP는 이러한 AI 기반 업무 자동화가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각 직무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지원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마케팅과 고객 관계 부문에서는 ‘인게이지먼트 클라우드(Engagement Cloud)’라는 새로운 오케스트레이션 툴도 선보였다. 이 솔루션은 AI 기반 세그먼트·트리거·캠페인 기능을 통해 고객 충성도 향상과 파트너 신뢰 확보를 목표로 한다. 해당 솔루션은 2026년 2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스와미나탄은 “이제는 ‘베스트 오브 브리드(best-of-breed)’라는 선택이 항상 최선이 아님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라며, “SAP 비즈니스 스위트는 전체 인프라를 숙련된 시스템으로 재구성해 디지털 운영 체계의 지능화를 가능케 한다”고 밝혔다.
이번 SAP의 AI 통합 전략은 단순히 기술적 확장이 아니라, 기업 고객의 데이터 자산과 환경에 맞춘 새로운 업무 패러다임의 제시로 해석된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AI 기술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SAP의 이 같은 전방위적 AI 도입은 차세대 비즈니스 운영 체계의 주도권 싸움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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