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병원 업무 줄인다… 하이디헬스, 93억 투자 유치

| 김민준 기자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인공지능 스타트업 하이디헬스(Heidi Health)가 의사를 대신해 행정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시스템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65백만 달러(약 93억 6,000만 원)를 유치했다. 이번 시리즈B 투자 라운드는 포인트72 프라이빗 인베스트먼츠가 주도했고, 블랙버드와 헤드라인, 피닉스 코트의 성장 펀드 라티튜드 등 기존 투자사도 참여했다. 누적 투자금은 총 96.6백만 달러(약 139억 원)이며, 기업 가치는 465백만 달러(약 6700억 원)로 평가됐다.

하이디헬스가 개발 중인 ‘AI 케어 파트너’는 의료진이 환자 진료 외 부수적인 업무로 느끼는 과중한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미국의사협회(AMA)가 지난 2024년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의 43%가 번아웃 증상을 호소했고, 그 원인 중 상당 부분이 근무시간 외에 소모되는 문서 작업과 행정 처리였다. 실제로 직접 진료에 할애한 주간 평균 시간이 27.2시간이었지만, 문서화·주문 입력 등 간접 진료 시간도 13시간, 여기에 7.3시간이 행정 업무로 소비됐다.

하이디헬스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토마스 켈리 박사는 “의료 수요는 증가하는데 의료진의 시간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의료진의 복지와 환자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이디의 AI 시스템은 전화 응대부터 진료기록 자동 작성, 추후 예약 알림, 서류 작업까지 광범위한 행정 업무를 자동화한다. 환자와의 대화를 기록해 진료 기록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110개 이상 언어로 진료 내용을 실시간으로 받아적고 참고자료와 의뢰서도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후 전자 건강기록 시스템(EHR)에 결과를 자동업로드하고 필요한 청구 코드를 지정해주는 기능도 탑재됐다. 특히 진료 이전에는 환자의 과거 병력, 검사 결과 등이 시각화돼 한눈에 확인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AI 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시장은 현재 다수의 스타트업 및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큐벤터스(Qventus), 탠덤헬스(Tandem Health), 탁소AI(Taxo.ai), 프로스퍼AI(Prosper AI) 등이 대표적인 경쟁사다. 이들 기업 역시 진료 기록 자동화와 전화 기반 후속 상담 처리, 예약 응대 등 반복적인 행정 절차의 자동화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이디는 현재 전 세계 116개국 200개 이상의 전문 진료 분야에서 수만 명의 의사들이 자사 플랫폼을 사용 중이며, 최근 18개월 간 7천3백만 건의 진료를 지원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2백만 건 이상의 진료를 처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투자와 함께 하이디는 조직 확대에 나섰다. 전 플래드(Plaid) 수익 부문 책임자였던 폴 윌리엄슨을 최고수익책임자(CRO)로, 전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최고의료책임자(CMO)였던 사이먼 코스 박사를 CMO로 신규 영입했다. 사이먼 박사는 “하이디가 제시하는 의료 AI의 미래는 단순한 음성 기술 자동화를 넘어서 의료진 모두가 임상 능력을 AI로 확장할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리즈B 투자는 불과 7개월 전 실시된 16.6백만 달러(약 23억 9,000만 원)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에 이은 것으로, 하이디는 향후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현지 팀과 사무소를 확대하고, 프랑스, 독일, 스페인,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홍콩 등에서의 채택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