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플라이, 사이텍 1.2조 원에 인수… 美 우주방산 전면 진출

| 김민준 기자

우주 산업 스타트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가 국방 기술 기업 사이텍(SciTec)을 8억 5,500만 달러(약 1조 2,312억 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방산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번 인수는 현금 3억 달러(약 4,320억 원)와 파이어플라이 주식 5억 5,500만 달러(약 7,992억 원) 상당으로 구성됐으며, 주당 가치는 50달러로 책정됐다.

파이어플라이는 이번 거래를 통해 미국 정부 주도의 우주 방어체계 구축 참여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인 '골든 돔(Golden Dome)' 프로젝트에서 핵심 파트너로 떠오를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20년간 총 3조 6,000억 달러(약 5,184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백악관은 초기 예산으로 약 1,750억 달러(약 252조 원)를 편성했으며, 미사일 방어국(MDA)은 업체 제안 마감일을 오는 10월 16일로 연장한 상태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파이어플라이는 중소형 우주 화물 발사체인 '알파(Alpha)' 로켓으로 상업·민간·국방 분야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성장해왔다. 저궤도에 최대 1톤의 화물을 올릴 수 있으며, 전용 발사뿐 아니라 ‘라이드셰어’ 형식의 다중 고객 수송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더 대형 발사체 ‘베타(Beta)’는 향후 대형 위성 및 탐사 임무까지 겨냥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파이어플라이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상업용 달 화물 서비스 프로그램(CLPS)에 선정돼 ‘블루 고스트(Blue Ghost)’ 착륙선을 통해 지난 3월 민간 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바 있다.

반면 이번에 인수한 프린스턴 소재의 사이텍은 전혀 다른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 우주 감시와 추적 도구, 국방 정보 분석 시스템 등을 개발하며 미국 정보 및 국방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우주군으로부터 약 2억 5,900만 달러(약 3,729억 원) 규모의 계약도 체결했다.

사이텍은 약 5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6월 말 기준 연 매출은 1억 6,400만 달러(약 2,361억 원)에 달한다. 파이어플라이 CEO 제이슨 킴(Jason Kim)은 이번 인수를 통해 “전장 환경에서 전술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정밀 데이터 분석과 실시간 정보처리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이텍의 기술이 방산 고객을 위한 통합된 ‘소프트웨어 정의 솔루션’ 제공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 발표 이후 파이어플라이 주가는 장 초반 13% 넘게 급등했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6% 상승에 그쳤다. 현재 주가는 29.09달러로 IPO 당시 공모가 45달러를 밑돌며, 상장 첫날 마감가 60.35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하락한 셈이다. 이는 최근 알파 7호 로켓의 지상 점화 시험 도중 폭발 사고로 주가가 하루 만에 30% 이상 급락한 여파가 일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한편, 사이텍은 연내 인수가 마무리되면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현재 CEO 짐 리소스키(Jim Lisowski)가 그대로 경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거래는 우주 기술 기업이 국방 정보 분야로 진화를 가속화하는 대표적 사례로, ‘민간에서 방산으로’ 흐름을 주도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