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칵로치DB 전략적 통합…클라우드 고객 탈DB2 유도

| 김민준 기자

IBM이 분산형 SQL 데이터베이스 전문 기업인 칵로치랩스와의 파트너십을 대폭 강화하며 클라우드 시대의 고객 환경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IBM은 칵로치DB를 자사 플랫폼 전반에 걸쳐 독자적인 제품으로 통합하고,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포트폴리오의 핵심 구성요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밝혔다.

칵로치랩스는 2015년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고가용성과 글로벌 정합성에 초점을 둔 분산형 SQL 데이터베이스인 칵로치DB를 개발했다. 특히 PostgreSQL과 호환돼 개발자가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대대적으로 수정하지 않고도 쉽게 도입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단순한 리셀러 관계를 넘어선 전략적 OEM 계약이라는 데 있다. 칵로치랩스 측은 협력의 본격적인 전환점이 2025년 6월 체결된 OEM 계약이라고 설명하며 IBM과의 관계가 단순 유통을 넘어 제품 성능 최적화와 플랫폼 통합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칵로치DB는 IBM Z 메인프레임, Power 시스템, Red Hat OpenShift, IBM Cloud 등 다양한 IBM 플랫폼에 맞춰 최적화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칵로치DB는 IBM System/390 아키텍처에 맞춘 별도의 명령어 셋을 구성해 최대 50% 이상의 처리량 향상을 이뤄냈다. 테스트는 IBM 성능 연구소에서 직접 수행됐으며 자원 소비는 기존 x86 환경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IBM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DB2에서 탈피하려는 기존 고객층을 겨냥할 수 있는 대안 솔루션으로 칵로치DB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메인프레임 기반의 DB2가 z/OS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기존 레거시 시스템에서 탈피하려는 기업에겐 칵로치DB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ostgreSQL의 인기 상승세도 칵로치DB의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Stack Overflow 개발자 설문조사에서는 PostgreSQL이 '가장 사랑받는'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로 꼽히고 있으며, 이는 개발자 커뮤니티 전반에서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IBM은 칵로치DB를 통해 오라클을 사용하는 IBM Power 고객까지 공략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칵로치랩스 역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에서 유연하게 배포 가능한 구조 덕분에 온프레미스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동시에 아우르는 기업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인공지능(AI)의 확산도 이번 협력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칵로치랩스의 공동창업자인 스펜서 킴벌 CEO는 “AI는 기업의 현대화 프로젝트에 추진력을 더해줄 것”이라며, AI 벡터 검색에 활용되는 Pgvector 확장기능처럼 PostgreSQL 기반 데이터베이스가 AI 인프라로서도 강력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칵로치랩스는 지금까지 총 6억 3,300만 달러(약 9115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으며, 2021년 마감한 시리즈 E 라운드에서 기업가치는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에 도달한 바 있다. 킴벌 CEO는 이번 IBM과의 협약이 기업 성장을 가속할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현재로서는 IBM이 칵로치랩스를 인수할 계획은 없지만, 킴벌은 이러한 가능성도 열어두는 동시에 “지금은 제품 신뢰도와 시장 확대 전략을 함께 키워가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