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CL)의 자회사 넷스위트가 자사 클라우드 ERP 플랫폼에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단행하며 본격적인 AI 중심 전환에 나섰다. 넷스위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SuiteWorld’ 행사에서 새로운 플랫폼 ‘NetSuite Next’를 공개하고, 대화형 인공지능과 자연어 기반 검색, 자율형 워크플로우 등 혁신 기능을 대거 도입했다고 밝혔다.
NetSuite Next는 오라클의 통합 UI 디자인 프레임워크인 레드우드 디자인 시스템(Redwood Design System)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에는 AI 비서인 ‘Ask Oracle’이 통합돼 사용자가 자연어로 데이터를 조회하거나 업무 흐름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넷스위트의 제품 수석 부사장 크레이그 설리번은 “Ask Oracle은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업무 전체를 탐색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도구”라며, “사용자가 어디서 어떤 데이터를 찾고자 하는지 맥락을 파악해 목표 지점으로 안내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편에서는 AI가 데이터를 자동으로 해석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설명형 분석 기능도 추가됐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수치나 그래프가 아니라 자연어 형태의 요약문을 통해 핵심 인사이트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설리번은 “AI가 단순히 수치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맥락에서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하고, 전략적인 결정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NetSuite Next는 ‘AI 캔버스’를 도입, 협업 기반의 시나리오 분석 기능도 제공한다. 사용자는 팀과 함께 다양한 가정 하에 기업 데이터를 조작·해석해 미래 상황에 대한 전략적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다. 또, AI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우도 새롭게 도입돼 재무 마감이나 대조 업무 등의 반복적 절차가 자동화된다. 이 기능은 회계 마감 기간을 며칠 이내로 단축하는 등 기업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넷스위트 사용자는 시스템 커스터마이징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NetSuite Next로 무리 없이 전환할 수 있다.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향후 1년 내 순차적인 업그레이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오라클은 AI 기능이 대폭 강화된 ‘SuiteCloud’ 업데이트도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외부 AI 모델을 연결할 수 있는 AI 커넥터 서비스와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설정할 수 있는 SuiteAgent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추가로 제공되는 도구들은 관리자들이 프롬프트 작성, 내러티브 생성, 워크플로우 자동화 등을 세밀하게 통제할 수 있게 해준다.
구독형 매출 구조를 가진 SaaS 기업들을 위한 전용 분석 모듈도 추가됐다. ‘NetSuite Subscription Metrics’는 월별/연간 반복 매출, 이탈률, 고객 생애 가치 등 주요 지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AI 기반 요약 설명도 대시보드 상에 제공된다. 넷스위트를 공동 창립한 에반 골드버그는 “수익 및 재무 책임자들이 중요한 성과 변화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도구”라고 설명했다. 이 기능은 기존 고객들에게 무료로 즉시 제공되며, AI 요약 기능은 향후 1년 내 적용될 예정이다.
또, 금융 자동화 솔루션 기업 빌닷컴(Bill.com)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넷스위트 내에서 직접 공급업체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기능도 통합된다. 이 기능은 미국 내 모든 은행과 즉시 연동되며, 540만 거래처에 적용 가능한 강력한 네트워크 기반의 지불 자동화를 제공한다.
넷스위트는 오라클이 2016년에 인수한 이후 전 세계 219개국 이상에서 4만2,000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하며 지속적인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기업 자원 관리(ERP) 시스템 전반에 걸쳐 AI 도입이 핵심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넷스위트는 에이전트 기반의 자율 작업 흐름과 인간 중심의 통제가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AI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설리번은 “시스템이 사용자를 위한 일을 대신 처리하되, 사용자가 전 과정에 대한 확인, 제한 설정 및 승인 권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회계 마감을 평균 4일 내로 가속화하는 사례를 이미 목격하고 있으며, AI 기반 자동 마감을 통해 수치에 대한 신뢰도까지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스위트는 향후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운영되는 AI 파트너사 Cohere를 포함해 다양한 생성형 언어 모델과의 연계도 예고했다. 아울러 AI 기능을 활용한 파트너 생태계도 강화 중으로, 납세 솔루션 업체 아발라라, 고객 커뮤니케이션 도구 컨티비오, 재무 에이전트 개발사 리전 인텔리전스 등이 자체 AI 앱을 넷스위트 생태계에 이미 도입하고 있다고 회사는 전했다.
파트너를 위한 AI 앱 마켓플레이스 ‘SuiteApp.AI’ 도 내년 중 론칭 예정이다. AI 인증 배지 제도를 도입해 응용 프로그램의 개인정보 보호, 성능 안정성 등을 사전 검증하고 있으며, 오라클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앱에 대해서는 최상위 등급인 ‘AI 엘리트’ 배지를 부여한다.
넷스위트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인터페이스 개선이 아닌, ERP의 패러다임을 AI 기반으로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AI 에이전트, 자연어 비서, 데이터 해석의 자동화는 기업 운영 전반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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