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리퍼폰 시장 판도 바꾼다…신흥국서 12% 급성장

| 연합뉴스

전세계 리퍼브(재정비)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세 둔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애플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글로벌 중고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리퍼브 스마트폰(리퍼폰) 세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쳐 성장폭이 상당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몇 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왔던 리퍼폰 시장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정체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이 같은 성장 둔화는 선진국 시장의 수요 위축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서유럽 등 주요 소비시장은 리퍼폰 수요 증가세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감소세를 나타내며, 전체 성장 기여도는 1% 상승에 그쳤다. 반면 인도, 동남아, 남미 지역 등 신흥국 시장에서는 4% 성장을 기록하며 전체 리퍼폰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애플은 신흥국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강화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의 리퍼폰 판매량이 신흥 시장에서 전년 대비 12% 늘었다고 집계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선진국에서 점유율이 4%포인트 상승했지만,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매출 규모 증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흥미로운 변화로는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의 리퍼폰 시장 내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상반기 전체 리퍼폰 중 5G 지원 기기의 비율은 57%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5% 증가했다. 이는 최신형 모델의 리퍼폰 공급이 점차 늘어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리퍼폰 시장 내 기업들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보고서를 집필한 얀 스트리작 연구위원은 "이익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중고 기기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 수급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수리되지 않은 상태의 중고폰(As-Is) 판매를 늘리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으며, 실제로 관련 판매량은 상반기에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하반기에도 최신 모델에 대한 선진 시장 수요는 안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도, 공급망 제약과 지역 간 수요 차별화가 리퍼폰 시장의 향후 구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중고폰 시장을 고도화된 ‘세컨드 프리미엄’ 시장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