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과징금 630억 '스톱'…위원회 공백에 규제 손놓은 정부

| 연합뉴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과 애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려던 계획이 2년 가까이 추진되지 못하면서, 제도적 공백에 따른 시장규제 무력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초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지만, 위원회 내부의 인사 공백과 조직 개편이 장기화되면서 실제 제재는 보류되고 있는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10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2023년부터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해 각각 약 420억원, 2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실제 부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양사가 모바일 앱 개발자에게 자사 결제 시스템만을 강제하거나, 국내 사업자에만 차별적인 수수료를 적용하는 등의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행위에 해당한다는 행정조사 결과에 따른 판단이었다.

구체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는, 앱 마켓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타 결제 방식을 제한하거나, 앱 등록 심사를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방미통위의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10월, 이러한 위반 소지가 있는 구글과 애플에 대해 시정조치를 통보하고 과징금 부과 방침을 세웠지만, 이후 전해진 과징금 계획은 현재까지 최종 의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정책 공백의 배경에는 지난해 7월 발생한 방통위 혼선이 있다. 당시 신임 위원장이었던 이진숙 위원장이 취임 직후 야당 주도로 탄핵소추됐고, 이로 인해 방통위가 위원 1인 체제로 운영되면서 공식적인 심의·의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복귀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인원이 부족한 '2인 체제'가 이어졌고 위원회 내에서의 절차 정당성 문제와 정부 조직 개편이 맞물리며 안건 처리가 지연됐다.

최 의원은 과징금 부과와 같은 규제 조치가 지연될수록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고, 국내 개발사와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비용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플랫폼 규제의 핵심 논점 중 하나이며, 국내에서는 소규모 개발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방미통위의 구성 안정 여부에 따라 제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한 정부의 법 집행이 정치적 변수나 행정 조정에 따라 장기간 지연될 경우, 규제 당국의 신뢰도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