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은 '깜짝' 주가는 '뚝'…미중 갈등에 투자심리 급속 냉각

|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실적에서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음에도,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같은 날 주가가 하락세로 마감됐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실적 호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지정학적 요인이 경기 기대감을 눌러버린 셈이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82% 하락한 9만1천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에는 전 거래일 대비 2.89% 오른 9만6천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고, 2021년 1월의 역대 최고가에 근접했지만, 장중 중국이 미국 내 한화오션 자회사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에 따른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가 하락을 단기 조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2조1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81% 증가했다. 이는 증권사 전망치를 17.4% 웃도는 수준으로, 2024년 2분기 이후 5분기 만에 10조원을 돌파한 기록이다. 이러한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은 주로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수요 회복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이 하반기 들어 관련 분야에 장기 투자를 발표한 데다, D램 가격이 상승 반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생산능력 증설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HBM 부문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주요 북미 고객사에 HBM3E 12단 제품의 공급이 본격화되고, 향후 HBM4로 이어지는 기술 진화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아울러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분야에서도 차세대 갤럭시 스마트폰에 삼성의 ‘엑시노스 2600’이 탑재되고,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형 고객사 수주 가능성이 언급되며 실적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다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고, 목표 주가도 줄줄이 올려 잡았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목표 주가를 각각 11만 원, 11만5천 원으로 상향했고, 이외에도 상상인증권과 흥국증권 등이 10만 원대 이상의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날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2천520억 원에 달하며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양상을 보인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470억 원 규모의 순매도에 나섰다. 이는 외국인 자금이 여전히 삼성전자 주식의 중장기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삼성전자의 이익 구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중 갈등이라는 외부 변수는 향후에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투자 판단에는 일정 수준의 경계심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