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활발했던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3분기 들어 다소 식은 분위기다. 최근 크런치베이스(Crunchbase)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사이버보안에 집중한 스타트업에 대한 전 세계 투자액은 3분기 기준 약 33억 달러(약 4조 7,500억 원)로 전분기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다만 전년 동기보다는 여전히 약 30%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본 체력은 유지된 모습이다.
투자 건수도 전분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1년 전 같은 기간보다는 여전히 많은 수준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업계 전반의 밸류에이션 현실화 추세와 최근 금리 인상의 여파로 해석된다.
이번 분기 대형 투자유치를 견인한 첫 사례는 양자컴퓨팅 유니콘인 콴티눔(Quantinuum)이다. 종합 산업기업 허니웰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보안 및 데이터 암호화를 주요 활용 사례로 내세우며 8월 엔비디아 투자 부문이 주도한 6억 달러(약 8,64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자금을 유치했다. 비록 순수 사이버보안 기업은 아니지만, 보안 기술 응용 측면에서 중요한 존재로 평가된다.
다음으로는 기업 보안 대응 플랫폼을 제공하는 텍사스 오스틴 소재 온틱(Ontic)이 시리즈C 투자로 2억 3,000만 달러(약 3,300억 원)를 확보했으며, 세 번째는 인공지능 기반 보안 준수 플랫폼 반타(Vanta)로, 시리즈D에서 1억 5,000만 달러(약 2,100억 원)를 조달했다.
투자 외에 이번 분기에는 괄목할 만한 엑시트 사례도 이어졌다. 클라우드 보안 기업 넷스코프(Netskope)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9억 달러(약 1조 2,960억 원) 이상을 성공적으로 조달하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데뷔를 했다. 또 일본 미쓰비시전기는 미국 노조미 네트웍스(Nozomi Networks)를 약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에 인수하며 보안 인프라 기술 확보에 본격 나섰다.
한편, 사이버보안 산업 내 최대 변곡점이 될 수 있는 트리거는 아직 유효하다. 구글(GOOGL)이 지난 3월 인수 의사를 밝혔던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에 대한 320억 달러(약 46조 원) 규모의 초대형 인수합병 건이 여전히 규제 당국의 심사를 진행 중이다. 만약 이 딜이 최종 성사될 경우,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 M&A로 기록되며 업계에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 전반적으로는 투자 열기가 일시적으로 주춤한 모습이지만, 주요 지수 및 상장기업의 주가 흐름을 고려할 때 침체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만큼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중 모드지만, 핵심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큰 승부수를 던지는 기업에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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