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스타트업, '몸에 붙는 혁신'으로 글로벌 투자 몰린다

| 김민준 기자

웨어러블 스타트업 시장이 오랜 침체기를 벗고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핀란드 스타트업 오우라(Oura)가 최근 900만 달러(약 1조 2,960억 원) 이상을 유치하며 110억 달러(약 15조 8,4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등, 기술 기반 헬스케어 제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한 것이 결정적이다.

특히 오우라는 사용자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스마트 반지로 주목받으며 웨어러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오우라는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며, 핀테크 및 헬스테크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 중이다.

하지만 오우라만이 이끄는 흐름은 아니다. 크런치베이스가 집계한 최근 펀딩 사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다양한 웨어러블 스타트업들이 건강 모니터링을 넘어 AI 기능을 결합한 혁신 기술에 투자받으며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엑스팬시오(Xpanceo)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사인 이 업체는 최근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이들은 초소형 디스플레이와 센서를 렌즈에 탑재해 사용자의 시선에 기반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영국의 하드웨어 업체 나씽(Nothing)도 최근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확보하며 AI 중심 웨어러블 플랫폼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최근 스마트 글라스를 차세대 제품군으로 명시하면서 AI 네이티브 운영체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색적인 시도로는 뉴질랜드 스타트업 할터(Halter)가 있다. 소 목걸이와 가상 울타리를 결합한 가축 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며, 최근 1억 달러(약 1,440억 원)의 시리즈 D 투자로 시가총액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웨어러블 기술이 인간을 넘어 동물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 목적의 웨어러블도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바이올링크(Biolinq)는 피부 밑에서 당수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바이오센서를 개발, 지난 3월 1억 달러를 유치했다. 심장 건강을 실시간 추적하는 패치를 제조하는 비탈커넥트(VitalConnect)도 같은 시기에 동일한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더불어 땀에서 스트레스, 수분, 영양 상태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추적하는 에피코어 바이오시스템즈(Epicore Biosystems) 역시 독창적인 접근 방식으로 웨어러블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스타트업은 애플(AAPL), 구글(GOOGL), 메타(META) 등 글로벌 테크 대기업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애플 워치, 구글의 핏빗, 메타의 AI 기반 스마트 글라스처럼 초거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해 있으며, 최근 애플이 선보인 실시간 언어 번역 기능의 에어팟은 기술 진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들은 틈새시장 공략과 초기 사용자 기반 테스트를 통해 대기업과 차별화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기술 정교화와 소비자 맞춤 전략이 맞물릴수록 웨어러블 산업은 한층 다층적인 성장 구조를 갖출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연결과 AI 분석이 일상화되는 오늘날, 인간의 몸에 가장 가까운 플랫폼으로서 웨어러블 기술의 잠재력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