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6분기만에 흑자 전환…트럼프發 12조 투자 효과 본격화

| 김민준 기자

인텔(INTC)이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인텔은 165억 달러(약 23조 7,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월가의 전망치인 131억 4,000만 달러를 큰 폭으로 상회한 수치로, 회복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인텔이 공시한 주당 순이익은 23센트로 일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수치지만, 이는 정부와의 주식 거래로 인해 현재 에스크로 상태에 있는 지분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해당 지분은 지난 8월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에 89억 달러(약 12조 8,000억 원)를 투자하며 확보한 4억 3,330만 주로, 주당 20.47달러에 매입한 것이다. 인텔 측은 이 회계 처리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협의 중이며, 정부 셧다운 여파로 승인을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 166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분기 41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의 순이익은 극적인 반전이다. 인텔의 리프 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CEO)는 "회복을 위한 기반이 고르게 다져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인텔 전사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데이비드 진스너(David Zinsner)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르면,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재고는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는 윈도우10의 기술 지원이 종료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최신 운영체제가 탑재된 신규 노트북 수요가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적 발표 직후 인텔 주가는 정규장에서 4% 상승한 데 이어 시간외 거래에서도 7% 추가 상승했다. 이로써 올해 들어 인텔 주가는 85% 이상 상승했으며, 상승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분 투자 발표 이후 본격화됐다. 지난 9월에는 경쟁업체 엔비디아(NVDA)도 인텔에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를 투자하고 데이터센터용 X86 CPU를 수천 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시장에선 이 같은 대규모 투자들이 정부와 민간 부문 모두에서 인텔의 생존 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다만,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여전히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이번 분기 해당 부문의 매출은 4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전체 서버용 CPU 매출도 41억 달러로 소폭 감소했으며, 이는 AMD와 경쟁 심화에 기인한다.

진스너 CFO는 향후 데이터센터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추론 처리 강화를 위해 기존 구형 서버를 신형 CPU로 교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서버는 GPU 중심으로 운용되지만, CPU가 부수적인 연산 기능을 분담하며 필수 백엔드 프로세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형 AI 모델에는 전력 효율성이 높은 CPU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인텔은 이번 분기 동안 대규모 인력 감축도 단행했다. 지난 분기 대비 13,000명이 줄어든 8만 8,400명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인력 규모가 29% 감소한 수치다. 이는 탄 CEO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의지를 반영한다.

인텔은 4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128억~138억 달러 범위를 제시했으며, 이는 시장 기대치와 대체로 일치한다. 업계에선 인텔이 수년간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회복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AI 전환기에서 어떤 좌표를 확실히 점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