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유통기업들이 경상북도 경주에 모여, 인공지능 활용과 친환경 경영, 국제표준 확산을 유통산업 발전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는 ‘경주선언’을 10월 28일 공식 채택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연계해 개최된 포럼에서 논의된 성과물이다.
이번 선언은 롯데쇼핑, GS리테일, 쿠팡,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 대기업과 함께 아마존, 중국의 징둥닷컴 등 해외 유통 공룡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들은 유통산업이 소비자 생활의 질을 높이고 국가 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는 공통 인식 아래,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 경영을 산업의 미래 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경주선언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이다. 기업들은 빠른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 서비스 개발과 정보 분석 능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둘째는 친환경 실천이다. 포장재 감축, 순환경제 구조 도입 등을 통해 탄소 배출 최소화와 자원 절약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셋째는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상품 거래 국제표준 개발과 확산이다. 이는 각국의 유통환경 차이를 줄이고, 상품 유통과 공급망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선언은 APEC의 대표 경제 지도자 회의인 CEO 서밋의 부대행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는 한국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국내외 유력 기업인 약 300명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언이 단순한 협력 의지를 넘어서 향후 공동 투자, 기술·데이터 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포럼에서는 유통 트렌드 변화에 맞춘 각국의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전 교수인 데이비드 벨 박사는 AI 기술이 온라인쇼핑을 뛰어넘어 매장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물리적 공간이 여전히 소비의 주요 무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마존과 징둥닷컴은 AI 기반 개인화 쇼핑 경험과 공급망 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고객 중심 경영으로의 방향 전환을 강조했다.
이번 선언을 계기로 유통산업은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선 기술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을 앞둔 셈이다. 특히 AI 기술과 친환경 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 간 협업 모델은 유통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유통 분야가 디지털 전환의 선도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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