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최신 인공지능 반도체 칩 ‘블랙웰’의 중국 내 공급 문제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중 간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여부가 당분간 불확실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30일(현지시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미국 귀국길에 오른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약식 회견에서 반도체 문제 논의 여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칩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중국이 엔비디아 및 다른 기업들과 자체적으로 칩 공급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엔비디아 제품의 중국 수출 규제를 직접 완화하거나, 특정 제품의 공급을 바로 허용하겠다는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최근 발표한 ‘블랙웰’은 차세대 인공지능(AI) 연산을 위한 고성능 칩으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이 칩은 글로벌 AI 학습 및 처리 성능 향상에 필수 자원으로 평가되며, 미국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이 같은 첨단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 규제에 따라 고성능 GPU의 중국 판매를 제한 받았으며, 이 때문에 중국 내 고객을 위한 하향 조정된 버전 개발까지 모색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CEO)과도 대화할 예정이지만, 중국이 엔비디아와 얼마나 협의해 나갈지 지켜보자”고 말하면서,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조율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직접적으로 “블랙웰은 아니다. 어제 막 공개된 블랙웰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혀, 이번 회담에서 가장 최신 반도체의 대중국 공급 여부는 의제에서 빠졌음을 강조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 블랙웰에 대해 얘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부 기대와는 달리 회담이 강도 높은 기술 협의보다는 정치적 관계 설정에 무게를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발언은 중국 내 기술 수요와 공급망 확보에 집중하는 중국과, 첨단 기술 수출 통제를 통해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미국 간의 갈등 양상을 다시금 반영한다. 향후 미국 내에서도 엔비디아와 같은 기술기업과의 조율을 통해 일정한 형태의 제한적 수출 허용이 검토될 수도 있으나, 안보와 상업이 충돌하는 영역인 만큼 그 과정은 복잡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중 반도체 협상이 계속 보류되거나 국지적 완화가 반복되는 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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