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올해 들어 10억 달러가 넘는 자사주를 매각하며 대규모 현금화를 마쳤다. 주가 급등 속에 계획된 매각이 이뤄졌고, 그 결과 황 CEO는 억만장자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1월 1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황 CEO가 지난 6월 이후 지금까지 매각한 엔비디아 주식의 규모가 총 10억 달러(약 1조4천억원)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번 매각은 지난 3월에 수립된 ‘10b5-1 계획’에 따라 진행됐으며, 해당 계획은 기업 임원이 자사 주식을 미리 정해진 조건과 일정에 기반해 자동으로 매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황 CEO는 이 제도에 따라 연말까지 최대 600만주를 매각할 수 있었고, 10월 31일까지 매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90일의 의무 대기 기간이 끝난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주식 처분에 나섰다. 6월 20일과 23일에는 각각 10만주씩, 총 1천440만 달러에 매각하면서 직접적인 매각을 시작했다.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빠르게 상승해, 6월 20일 기준 주당 143.83달러에서 10월 31일 기준 202.49달러로 약 40.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그가 보유했던 600만주의 가치도 8억6천만 달러에서 12억1천만 달러로 크게 불어났다.
이러한 주가 급등은 단지 황 CEO 개인의 수익 증가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6월 12일 3조 달러를 넘긴 데 이어, 7월 10일 4조 달러, 그리고 10월 29일에는 세계 기업 사상 최초로 5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른바 ‘엔비디아 랠리’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폭증과 함께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사주를 보유한 고위 임원들도 대거 수혜를 입었다. 현재 엔비디아 내부자 7명이 억만장자 대열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황 CEO의 순자산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1천760억 달러(약 251조 원)로 세계 9위에 올랐으며, 올해에만 610억 달러가 늘었다. 그는 2001년 이후 현재까지 엔비디아 주식 약 29억 달러어치를 처분한 것으로 파악되며, 여전히 본인과 가족 신탁을 통해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초에는 개인 재단과 기부 펀드에 3억 달러가 넘는 회사 주식을 공익 목적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내부자의 주식 매각은 황 CEO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활발히 이뤄졌다. 시장조사기관 ‘워싱턴서비스’에 따르면 올 3분기에만 엔비디아 내부자들이 매각한 자사주 규모는 약 15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내부자 연간 매각 규모 20억 달러에 근접한 수치로, 올해 남은 분기 동안 연간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엔비디아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내부자들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차익 실현에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향후 인공지능 관련 수요 확대가 이어진다면,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 상승과 함께 황 CEO 등의 자산 규모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내부자 주식 매각이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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