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가 자사의 인기 차종인 F-150의 전기차 모델 생산 중단을 검토하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전기 픽업트럭 전략이 전면적인 수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포드가 F-150 라이트닝으로 불리는 전기차 모델의 단종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F-150은 미국 시장에서 수십 년간 판매량 상위를 지켜온 대표적인 픽업트럭으로, 포드는 이 모델의 전기차 버전을 자사의 미래 전략 차종으로 소개해 왔다. 과거 포드는 이 전기차에 대해 ‘현대판 모델 T’라며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는 20세기 초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의 전략 모델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관련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드는 이미 지난해 전기차 생산 목표를 축소한 바 있으며, 전기차 부문에서 2023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130억 달러(약 17조 6천억원 상당)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F-150 전기차의 생산라인은 수요 둔화와 알루미늄 공급 차질 등의 문제로 인해 지난달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전기 픽업트럭 전략을 재조정하는 기업은 포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램(RAM)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풀사이즈 전기 픽업모델의 생산계획을 전면 철회했으며,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일부 전기 트럭 모델의 단종을 고민 중이다. GM은 과거 전기차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를 선언하며 ‘전기차 중심 기업’ 전환을 공표했지만, 최근 생산 일정을 대폭 늦춘 것은 물론, 관련 조정으로만 16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한 상황이다.
이처럼 시장 전반에서 전기차 전략이 흔들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수요 부진이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부터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제 혜택을 종료하면서 전기차 수요 감소에 더욱 가속이 붙었다. 세제 인센티브가 줄어들자 소비자들의 구매 유인이 약화되었고, 이는 완성차 업체의 계획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조정일지, 아니면 구조적인 전환의 신호탄일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단기적으로 미국 내 전기 픽업트럭 시장은 성장을 멈추고, 정비기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기업들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 사이에서 보다 현실적인 균형점을 찾아가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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