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 '반도체 사관학교' 떴다…현장형 인재 350명씩 배출

| 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가 경기도 및 한국팹리스산업협회와 손잡고 본격적인 반도체 설계 인재 양성에 나섰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산업의 현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교육 시설이 판교에 문을 연 것이다.

7일 판교테크노밸리 내 제1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는 '경기도 팹리스 아카데미' 개소식이 열렸다. 이 아카데미는 정부가 추진 중인 '판교 K-팹리스 밸리' 조성 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팹리스 기업의 약 40%가 몰려 있는 판교를 중심으로 한 첨단 인재양성 허브 구축이 목적이다. 주최 측은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 가능한 설계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사업에서 대한상공회의소는 교육과정을 주관하며, 지난해 전국 6개 인력개발원에서 848명의 반도체 인력을 배출한 경험을 기반으로 운영을 맡는다. 특히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및 소속 회원사들과 협력해 실무형 커리큘럼을 설계했으며, 내년부터는 연 350명의 교육생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생은 경기도가 제공한 최신 설비와 교육 시설을 이용하며, 교육 후에는 넥스트칩, 텔레칩스, 하만 등 주요 팹리스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높은 취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훈련부터 채용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단기간 내에 숙련 인력을 확보하려는 산업계 수요에 부합한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시스템반도체(로직, 센서, 통신칩 등 비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크지만,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3%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등 차세대 산업의 확산으로 인해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2031년까지 약 5만 4천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 관계자들은 대학 중심 교육 체계만으로는 빠르게 진화하는 산업 기술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석사급 인재조차 현장에 투입되려면 2~3년의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는 현실에서, 팹리스 아카데미와 같은 단기 실무 중심의 훈련기관은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지역 전략 산업과 중앙 기관의 협력 모델로도 시사점을 가진다. 대한상의는 향후 인천 물류, 부산 조선 등 주요 산업 중심지에서도 이 같은 인재양성 체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산업계의 인력 부족 문제 해소와 동시에 첨단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