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라며 내세운 신제품 아이폰 에어가 출시 이후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현지 소비자 사이에서도 구매 비율이 한 자릿수에 그칠 정도로 저조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내 아이폰 신제품 구매자 10명 중 1명만이 아이폰 에어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수치는 시장조사기관의 소비자 설문조사를 인용한 것으로, 사실상 주요 제품 가운데서는 가장 인기 없는 선택지라는 뜻이다.
아이폰 에어는 지난 9월 애플이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공개한 하반기 전략 모델 중 하나로, ‘초슬림 디자인’을 핵심 차별점으로 앞세우며 출시됐다. 그러나 얇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 스피커, 배터리 등 필수 기능에 제약이 가해졌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만이 잇따랐다. 대표적으로 스피커가 한쪽에만 배치돼 음질이 떨어지고, 카메라 렌즈도 단일 구성에 머물러 찍는 재미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과거 애플에서 제품 매니저로 일했던 제이슨 퍼디 역시 직접 아이폰 에어를 구매한 뒤 성능 실망으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반품했다. 그는 "손에 쥐었을 때 얇은 디자인은 분명 강점이지만, 성능을 지나치게 희생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은 에어의 판매 부진을 인식하고, 공개 직후 생산량을 줄이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기 함께 출시된 아이폰17 시리즈는 전혀 다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컨슈머인텔리전스리서치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아이폰 구매자의 무려 29%가 아이폰17 시리즈를 선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아이폰16 시리즈의 점유율(20%) 대비 상당한 상승세다. 팀 쿡 최고경영자도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아이폰17 시리즈는 기대 이상의 반향을 일으켰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 에어의 실패를 애플의 틈새시장 전략 실패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출시된 아이폰 플러스, 아이폰 미니 등도 유사한 경로를 거쳐 단종된 바 있으며, 이번 제품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분석가는 아이폰 에어가 판매 측면에선 저조하지만, 브랜드 차원에서는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즉, 얇은 디자인이 소비자의 흥미를 유도했고, 이에 따른 언론 노출과 홍보 효과는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애플이 제품 개발 시 디자인 실험과 실용성 사이 균형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도록 만들 수 있다. 소비자 취향이 성능·기능 중심으로 확고히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외관 혁신만으로 판매 성과를 거두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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