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스타트업 투자 '빙하기'…10조 원 턱걸이

| 김민준 기자

올해 전 세계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투자금이 73억 달러(약 10조 5,000억 원) 규모에 그치며, 최근 수년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일부 영역에 쏠려 있지만, 전반적인 자금 유입은 크게 꺾인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5년 전자상거래 분야는 소비자와 기업을 합쳐 6조 달러(약 8,640조 원)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스타트업 투자자 입장에선 여전히 매력적인 신규 거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 내 전자상거래 분야 투자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팬데믹 기간 정점을 찍은 후 대비해선 80%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몇몇 특화된 영역은 여전히 투자 유치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 푸드 딜리버리와 라이브 커머스 분야 스타트업들이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원더(Wonder)는 올해 5월 6억 달러(약 8,640억 원)의 투자를 받아 70억 달러(약 10조 800억 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스타트업은 다양한 요리 브랜드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주문할 수 있게 하는 푸드코트형 서비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의 유니콘 기업 제프토(Zepto) 또한 빠른 식료품 배송을 기반으로 4억 5,000만 달러(약 6,480억 원)를 신규 투자로 유치했고, 최근에는 라이브 쇼핑 플랫폼 왓낫(Whatnot)도 2억 2,500만 달러(약 3,240억 원)를 추가로 확보하며, 올 한 해만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의 라이브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처럼 일부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 시장 전반의 투자 감소 흐름은 뚜렷하다. 이는 해당 산업이 이미 성숙 국면에 접어들었고, 아마존과 같은 공룡 플레이어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신규 진입 기회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쇼핑 경험이나 AI 기반 개인화 기술이 접목된 신흥 니치 분야에선 여전히 혁신 가능성이 존재한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커머스는 성숙 단계에 있지만, 기술의 진보와 소비자 경험의 진화가 맞물리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며, “왓낫처럼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이 향후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생태계는 위축되긴 했지만, 기술과 소비 트렌드의 전환을 포착한 일부 기업에겐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