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미국 기술 산업의 고용 구조조정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최소 10만819명이 직장을 잃었으며, 지난 한 주 동안에도 추가로 최소 296명이 해고됐다. 팬데믹 직후 과도하게 불어난 기업 인력 규모는 경기 둔화 속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정비로 전환됐고, 이에 따라 벤처 캐피탈이 지원한 스타트업과 빅테크 기업들 모두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인력 감축이다. 동사는 대표적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 ‘Talent X Opportunity’를 무기한 중단하며 관련 부서 직원을 감원했다. 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 마이밤부는 지난 10월 말 약 1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연내 전 직원(41명)을 대상으로 퇴사 절차를 마치고 아예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마리어트 인터내셔널과의 파트너십 해지로 인해 존폐 위기에 몰린 호스피탈리티 스타트업 손더 역시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한편 전통적인 IT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는 올해만 두 번째로 정리해고에 나섰다. 지난 3월 2,500명을 줄인 데 이어,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산호세 사무소에서 52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감원을 단행했다.
기술직 감원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인텔은 2025년 들어서만 2만7,100명을 감축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각각 1만5,387명, 1만4,625명 규모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최근 업데이트된 감원 추적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는 대체로 제품, 채용, 마케팅, 내부 관리 부서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는 AWS나 트위치 같은 자회사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범위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고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 19’ 기간 동안 과도하게 확대된 인력을 지목한다. 팬데믹으로 급증했던 수요가 일상 회복과 동시에 꺾이면서, 그간 급증했던 인건비 부담이 점차 가시화된 것이다. 실제로 구글, 세일즈포스, 메타 등은 2019~2022년 사이 급격한 인력 확대를 실행한 끝에, 현재 감원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벤처 투자 위축이라는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2021년 정점을 찍었던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운영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청산에 들어갔다. 매출 정체, 밸류에이션 하락, 리세션 우려는 창업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더욱 보수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2022년부터 시작된 해고 사태의 연장이기도 하다. 당시 미국 기술 업계는 약 9만3,000명을 줄였다. 2023년에는 그 수치가 두 배(약 19만1,000명)로 치솟았으며, 2024년에도 약 9만5,000명이 직장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채용 동결, 급여 인상 중단, 실적 미달 부서 통합, 사무실 복귀 명령 강화 등도 해고의 전조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앞으로의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일부 기업은 인력 구조조정 없이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다수 스타트업은 벤처 자금 확보에 애를 먹으며 다시금 해고를 고려하는 분위기다. IPO 시장 회복과 투자 심리 반등이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긴 하지만, 당장 당분간은 추가 감원이 지속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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