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폭발에 시스코(CSCO) 실적 서프라이즈… 주가 7% 급등

| 김민준 기자

시스코(CSCO)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증가에 대응한 전략의 성과를 실적으로 입증했다. 시스코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월가 전망을 뛰어넘는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해, 주가가 정규 장 마감 후 7% 이상 급등했다. AI 인프라 강화를 중심으로 한 시스코의 성장 전략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분기 시스코는 주당순이익(EPS) $1.00, 매출 148억 8,000만 달러(약 21조 4,3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의 EPS 예상치 $0.98와 매출 기대치 147억 7,000만 달러를 모두 웃도는 결과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28억 6,000만 달러(약 41조 1,800억 원)로 집계됐다.

척 로빈스(Chuck Robbins) 회장 겸 CEO는 "전세계 고객들이 AI의 잠재력을 빠르게 활용하려는 가운데, 시스코의 네트워킹 기술 수요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실적은 시스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연간 수익 달성을 앞두고 있다는 신호"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스코는 최근 1년 새 네 분기 연속 매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전년에 겪었던 공공·기업 고객의 지출 위축과 대비되는 변화다. 특히, AI 워크로드 처리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스코 매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핵심 사업 부문에서 나왔다. 라우터, 네트워크 스위치,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한 네트워킹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77억 달러(약 111조 원)로, 월가 예상치 74억 7,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1월 열린 연례 파트너 서밋에서 시스코는 AI와 엣지 컴퓨팅 결합을 주도할 새로운 제품군을 대거 공개했다. 대표적으로 ‘시스코 통합 엣지(Cisco Unified Edge)’ 플랫폼과 'N9100’ 스위치는 주목할 만한 하드웨어로, 엔비디아(NVDA)의 고성능 반도체 ‘스펙트럼(Spectrum)’을 채택해 고밀도 AI 워크로드를 위한 성능과 유연성을 크게 강화했다.

마크 패터슨(Mark Patterson) CFO는 애널리스트 대상 컨퍼런스콜에서 "AI 인프라 수요는 우리가 관리하는 초대형 클라우드 고객군 중심으로 상승세이며, 이들로부터 분기 AI 수주액만 13억 달러(약 1조 8,700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이 시장에서 수년 간 이어질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흐름은 2분기 실적 전망에도 반영돼 있다. 시스코는 매출 150억~152억 달러(약 21조 6,000억 ~ 21조 9,000억 원), EPS는 $1.01~$1.03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월가 전망인 146억 달러, EPS $0.99를 상회하는 가이던스다. 연간 매출 목표는 최대 610억 달러(약 87조 8,400억 원), EPS는 최고 $4.14로 제시되며, 시장 기대치를 모두 웃돌았다.

다만, 보안 소프트웨어와 협업 도구 부문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보안 부문은 전년보다 2% 감소한 19억 8,000만 달러에 그쳤으며, 협업 도구 매출도 3% 하락한 10억 6,000만 달러로 기대치를 하회했다. 특히, 2024년 280억 달러(약 40조 3,200억 원)에 인수한 스플렁크(Splunk)의 수익 기여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으면서 해당 부문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코 주가는 올해 들어 25% 이상 상승하며 나스닥지수 상승률 21%를 웃돌고 있다. 핵심 사업에서 AI 수요를 적극 반영한 실적 반등이 장기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