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 AMAT)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기록하고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인공지능 산업 확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에 기반해 향후 실적 전망마저 낙관적으로 제시했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2025년 4분기 주당순이익(EPS, 조정 기준)이 2.17달러로 시장 예상치였던 2.11달러를 상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 줄어든 68억 달러(약 9조 7,900억 원)였지만, 이 역시 예상치인 67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순이익은 18억 9,000만 달러(약 27조 2,200억 원)로 전년 동기 17억 3,000만 달러보다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4% 증가한 283억 7,000만 달러(약 40조 8,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AI 확산이 반도체와 웨이퍼 팹 장비에 대한 투자를 견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성능 로직, DRAM, 첨단 패키징 등을 중심으로 기술 전환이 본격화되며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리 디커슨(Gary Dickerson) 최고경영자(CEO)는 “AI 시대에 필요한 컴퓨팅 수요가 매우 커지고 있다”며 “우리 고객사들 대부분이 2026년 하반기부터 대규모 생산 확대에 나설 계획을 준비 중이며, 일부는 AI 비즈니스 매출이 향후 수년 동안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디커슨 CEO의 발언은 반도체 산업 전반의 회복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공급망 정비와 운영 역량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어플라이드는 TSMC, 인텔(INTC),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에 필수 장비를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로, 단기 실적 이상의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는 지표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3% 하락한 데 이어 장 마감 후에도 추가로 4% 넘게 하락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2026년 1분기 매출 가이던스인 68억 5,000만 달러 수준이 시장 기대에 부합했음에도, 투자자들은 더욱 강력한 성장 전망 혹은 명확한 수주 확대 지표를 원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어플라이드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4% 감축 계획을 발표하며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조정을 시작한 바 있다. 해당 구조조정은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비록 시장의 단기 반응은 부정적이었지만,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주가는 올해 들어 연초 대비 37% 상승하며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 상승률(34%)을 상회하고 있다. AI 중심의 반도체 투자 확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중장기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여전히 우세하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