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먼이 택한 '뜨거운 암석'…AI 전력난 해결할 판도라 열리나

| 김민준 기자

AI 인프라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오픈AI 그룹 최고경영자 샘 알트먼(Sam Altman) 등 유력 투자자들이 지원하는 친환경 에너지 스타트업 엑소왓(Exowatt)이 파격적인 해법을 들고 나왔다. 수천 도의 열을 담은 ‘뜨거운 암석’을 활용해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시간으로 13일, 엑소왓은 5,000만 달러(약 72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라운드는 MVP 벤처스와 8090 인더스트리즈가 주도했으며, 애토믹, 브릿지 베이 벤처스, 드래곤 글로벌, 디워크 캐피털 등도 참여했다. 이로써 지난 4월 마무리된 시리즈 A 투자 7,000만 달러에 이번 추가 자금이 더해지며, 엑소왓은 총 1억 2,000만 달러(약 1,730억 원)를 조달한 셈이다.

엑소왓은 태양열을 이용해 특수 세라믹이나 암석 소재를 최대 1,200도까지 가열한 뒤, 이를 ‘열 배터리’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낮 동안 저장한 열로 밤에도 증기터빈을 가동해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다. 이러한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저비용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엑소왓에 따르면 이 방식은 킬로와트시(kWh)당 단 1센트 수준의 공급 단가를 실현할 수 있어, 미국 평균 전력 요금보다 최대 90% 저렴하다.

해당 기술이 성과를 낸다면,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GOOGL), 오라클(ORCL) 등 AI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대 중인 빅테크 기업들에게 상당한 매력을 제공하게 된다. 특히,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신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존 전력망의 병목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 전력원 확보는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엑소왓은 단순한 태양광 패널이나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저장 기술을 제안하고 있다. 회사는 암석 기반의 축열 기술이 기존 전지 대비 훨씬 저렴하면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엑소왓의 시스템은 5일 동안 열을 유지할 수 있으며, 반복적인 충방전에도 성능 저하가 없다는 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와 차별화된다.

하지만 실전 단계로 넘어가는 데에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엑소왓은 연간 100만 개의 배터리 유닛을 제조할 수 있는 역량 확보가 필요하며, 이는 현재까지 소수의 유닛만 제작한 엑소왓으로선 상당한 확장 과제가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대규모 상용화에 따른 기후 변수 대응, 송배전 효율, 유지보수 비용 등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아직 엑소왓은 구체적인 설치 일정이나 주요 고객사 확보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알트먼 CEO는 AI 기술 확산으로 인한 전력 병목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인물이다. 그가 투자한 엑소왓 외에도 메타(META)와 구글(GOOGL), 아마존(AMZN) 등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의 원자력 발전 기술에도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해당 기술은 규제와 설치 비용 측면에서 장기 과제가 뒤따르며, 재생에너지가 더 빠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태양광·풍력의 간헐성 문제와 저장 수단의 높은 비용이 여전히 골칫거리다.

엑소왓은 이러한 문제의 틈을 메우는 차세대 열 저장 솔루션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 전문가들은 엑소왓이 목표한 전력 단가를 달성할 수 있다면 AI 산업 생태계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거대한 암석 저장시스템이 미래 데이터센터 산업의기틀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