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성장해온 미국 오라클이 최근 두 달간의 급등세를 완전히 반납하면서 시장에서의 평가에 적신호가 켜졌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주가가 단기간에 치솟았던 이 기업은 현재 투자자 신뢰 하락과 재무 부담 확대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오라클 주가는 11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4.15% 하락한 217.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9월 10일 기록했던 328.33달러 대비 33% 넘는 낙폭으로, 당시 오라클은 1992년 이후 30여 년 만에 최대 일일 상승률을 보이며 인공지능 관련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바 있었다. 주가 급등의 원인이었던 AI 중심의 클라우드 부문 실적과 오픈AI와의 협업 등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자극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감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비판과 함께 최근 AI 관련 종목 전반이 거품 논란에 휩싸이면서 오라클도 급격히 조정을 받고 있다. 특히 오픈AI가 오라클과 체결한 5년간 약 3천억달러(약 437조원) 규모의 계약 이행 가능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면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CNBC는 이를 오라클 기업가치 하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하며, 현 추세대로라면 이번 달 주가 성적이 2011년 이후 최악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오라클의 채권 등급을 최근 하향 조정했으며, 해당 기업의 5년물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는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CDS는 채권의 부도 위험을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상품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이 부도날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바클레이스는 “오라클의 신용 전망이 개선될 경로를 찾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우려는 오라클의 대규모 투자 계획 때문이기도 하다. 회사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380억달러(약 55조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금은 텍사스, 뉴멕시코, 위스콘신 등지에 설치될 데이터센터 건설과 GPU(그래픽처리장치) 구매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가 아직 실질적인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적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일부 금융시장 참여자는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의 장기적인 전략 눈썰미를 신뢰하며, 당장의 조정은 일시적인 여파일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과거 엘리슨이 장기간 기술 전환의 흐름에서 성과를 낸 경험을 들어, 지금의 위기가 새로운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흐름은 AI 산업 전반에 걸쳐 형성된 지나친 기대감이 실제 사업성과로 전환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만약 오라클이 투자 대비 성과를 입증해나간다면 시장의 믿음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과중한 차입과 기술 전환의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는 클라우드 산업의 방향성과도 맞물려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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