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3분기까지 17조8천억 원이 넘는 설비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조 원 이상 늘어난 수준으로, 최근 반도체 업계의 투자 확대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14일 SK하이닉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기준 이 회사의 설비투자 규모는 17조8천250억 원에 달했다. 상반기 말에 11조2천490억 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사이에 6조5천760억 원이 추가 집행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5천300억 원)보다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투자 확대의 가장 큰 배경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 붐 속에서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끌어올리는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으며, SK하이닉스는 이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위치한 새로운 생산시설 ‘M15X’를 AI 수요 대응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미 5조3천억 원을 투입해 이 시설을 D램 생산기지로 구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클린룸(미세먼지 유입을 최대한 차단한 정밀 작업실)을 조기 완공하고 주요 생산 설비 반입을 시작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다.
설비 투자뿐 아니라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3분기 연구개발(R&D) 비용은 4조6천473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5천584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고성능 저전력 메모리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AI 관련 투자 수요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향후 몇 년간 메모리 중심의 설비 및 기술 투자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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