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의 핵심은 기술 아닌 사람…허쉬·네슬레가 증명했다

| 김민준 기자

디지털 제조 혁신의 핵심이 기술 자체가 아닌 현장 인력의 역량 강화에 있다는 주장이 제조업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하청·공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기술이 단순히 도입되는 것을 넘어, 직원 개개인의 행동과 업무 환경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허쉬(The Hershey Company), 네슬레 퓨리나(Nestlé Purina) 등 주요 제조 기업들은 이 같은 접근법으로 생산성과 이직률 개선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확인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QAD 챔피언스 오브 매뉴팩처링 2025' 콘퍼런스에서 허쉬의 브라이언 랭(Brian Lange), 네슬레 퓨리나 북미 전 부사장 테리 르두(Terry LeDoux), QAD 레드존(QAD Redzone) 사장 켄 피셔(Ken Fisher)가 이 같은 비전을 공유했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도입보다는 ‘연결된 인력 모델(Connected Workforce)’ 구현이 변화의 중심임을 강조했다.

켄 피셔는 “소프트웨어 하나 도입했다고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장 작업자의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며 “결국 기술은 사람의 문제 해결 능력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는 관리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작업자에게 도구와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야 조직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허쉬는 급격한 생산설비 확장을 추진하면서 이 접근법의 효과를 체감했다. 브라이언 랭은 “공장을 두 배 규모로 확장하면서 120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기존 방식으로는 교육과 이탈 관리가 불가능했다”며 “우리는 레드존 플랫폼을 도입해 교육 콘텐츠를 체계화하고 새 인력을 빠르게 숙련시켜 높은 기술직으로 승진시킬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퇴사율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서 간 ‘사일로’ 문제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다. 테리 르두는 “여러 부서가 각자 '동네'처럼 따로 놀면서 갈등하던 모습이 레드존 도입 후 하나의 공동체로 변했다”며 “모든 작업자가 공장 전체의 실시간 성과를 함께 보고 이해하게 되며 협업 문화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결국 디지털 제조 혁신의 진정한 성공은 기술이 아닌 사람에 있다는 점이 재조명되고 있다. 효과적 변화를 이끌기 위한 핵심은 기술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부여하고, 일터의 문화를 바꾸는 데 있다는 것이다. 큐브 리서치(theCUBE Research)의 스콧 헤브너(Scott Hebner)는 “사람 중심 전략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기술 혁신의 전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시도가 앞으로 제조 산업 전반에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