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수요 폭발로 사상 최대 실적…부채보다 현금 많아졌다

|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2025년 3분기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재무구조 전반이 뚜렷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이 많아지는 등 건전성이 크게 강화됐다.

SK하이닉스는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하면서 3분기 단일 기준으로 매출 64조3천200억원, 영업이익 28조36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인공지능 핵심 부품으로 각광받는 HBM의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HBM은 전체 D램 출하에서 4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주력 제품 변화가 실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실적 호조에 따라 현금 확보도 크게 늘었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7조8천5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조원가량 급증했다. 반면 차입금은 같은 기간 21조8천448억원에서 24조787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보유 현금이 이를 웃도는 ‘순현금’ 상태로 돌아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부채보다 현금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설비 투자 확대와 기존 부채의 대환(리파이낸싱)이 이루어진 와중에도, 영업활동에서 유입된 현금 흐름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적 개선에는 미국 시장의 역할이 특히 두드러졌다. 전체 매출 중 미국에서 발생한 비중은 70.9%로, 전분기(69.8%)에 이어 꾸준히 상승했다. 미국 주요 고객군으로는 엔비디아, AMD, 구글, 메타 등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대형 IT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엔비디아에만 3분기까지 17조3천551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약 27%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3E(5세대)를 대량 공급 중이며,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의 초기 공급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향후에도 미국 시장 중심의 수익 구조가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분기의 실적은 단기적인 호재를 넘어서, AI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패턴이 범용 제품에서 고성능, 저전력 중심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SK하이닉스와 같은 리딩 업체가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어, HBM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개선은 향후 실적 전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