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끝이 아니다…AI로 '약관 변경'까지 추적하는 스타트업 등장

| 김민준 기자

계약 조건은 일단 서명하고 나면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에 따라, 법률 스타트업 테이크케어(Take Care)가 디지털 계약의 ‘숨은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새로운 구독형 서비스를 내놨다. 이 기업은 인공지능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변호사 보조 정보 시스템'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점점 복잡해지는 소프트웨어 계약 생태계 속에서 실질적인 법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해법을 제시한다.

지난 2월 제한적으로 처음 공개된 이 서비스는 최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패션, 소비재, 금융, 헬스케어, 기술 등 다양한 업종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특히 소프트웨어 구독 계약(SaaS)의 잦은 약관 변경으로 인한 비즈니스 차질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테이크케어의 공동 창업자이자 법률회사 제이어램 로우(Jayaram Law)의 CEO인 노아 오른스타인(Noah Ornstein)은 "일반적인 중견 기업의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 가운데, 매달 약 3분의 1은 약관 변경 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컨텐츠 이용 제한부터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까지, 변화의 폭도 넓은 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이러한 변경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법률 용어의 난해함으로 인해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더욱이 다양한 부서에 분산돼 있는 계약 문서 구조상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고, 외부 공급자가 사용자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약관을 바꾸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테이크케어는 계약서 원문을 포함한 디지털 약정 전반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변경이 감지되면 영어로 된 평이한 해설을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단순히 AI로만 처리하지 않고, 변호사들이 백엔드에서 직접 검토하며 사용자에게 신뢰성 높은 결과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오른스타인은 “실제 화면에 나타나는 분석 내용은 곧 변호사의 서비스와 동일한 품질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계약 구조를 갖춘 SaaS 환경에서, 테이크케어는 최대 15종의 약정 세트를 통합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용자는 이 플랫폼을 통해 계약서의 개정 이력을 주석 처리하거나, 관련 부서 간의 일정 이행 여부를 추적하는 기능, 외부 로펌과의 연결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법률 자문을 직접 제공하진 않지만, 질의가 발생하면 변호사에게 바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는 기존 로펌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기존 기술 변화로 인해 법률업계 수익 압박은 가중되고 있지만, 이 플랫폼은 그 격차를 메우는 동시에 변호사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재는 SaaS 계약 중심으로 기능이 구성돼 있으나, 곧 프랜차이즈 계약, 부동산 개발 계약, 주택담보계약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개별 기업의 관심사에 따라 모니터링 범위가 유연하게 설정된다는 것도 테이크케어의 장점 중 하나다. 또한 기업 고객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에는 일반 소비자 버전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테이크케어는 AI 기술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서드파티 모델과 독자적 엔진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임을 강조했다. "단순한 대형 언어 모델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라, 로보틱스부터 목적별 특화 인공지능까지 접목된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서비스는 단일 구독형 SaaS 요금 체계를 따르고 있으며, 기술 이용료와 법률 서비스료로 나뉘어 정산된다. 현재까지는 내부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외부 투자 유치나 전략적 제휴도 염두에 두고 법인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아지고 계약 복잡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테이크케어의 접근법은 기업이 더 이상 서명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오른스타인은 "계약 하나하나가 변할 수 있고, 그 영향은 전사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진짜 중요한 건 서명 이후에도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