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타고 부활한 에듀테크… 4조원 몰린 글로벌 교육 스타트업

| 김민준 기자

올해 교육 기술(에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액이 28억 달러(약 4조 32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급격히 확대됐던 에듀테크 투자 열기는 한풀 꺾였지만, 특정 세부 분야에서는 여전히 활발한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AI 플랫폼을 제외한 교육 기술 전문 스타트업만을 기준으로 한 데이터이기에, 실제 시장에서의 체감 기대감은 그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누적 투자 규모는 약 12억 달러(약 1조 7,28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소폭 반등했다. 팬데믹 시기 기록했던 고점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2023년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며 투자 심리가 일정 부분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의료 교육과 직업 훈련 시장이다. K-12 교육(초·중·고 포함) 부문에서는 AI를 기반으로 교육 콘텐츠를 개인 맞춤화하거나 교사의 반복 업무를 줄이는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반면, 과거 인기를 끌었던 코딩 교육 플랫폼의 인기는 다소 시들해진 상태다. AI 기반 코드 자동화 툴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와 같은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투자 유치를 이룬 기업은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암보스(Amboss)다. 의료 정보 탐색 및 학습 도구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3월에 약 2억 6,000만 달러(약 3,744억 원)의 투자를 받아 교육 기술 분야 최대 규모의 딜을 성사시켰다. 처음에는 의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현직 의료진 대상의 솔루션으로도 시장을 확장 중이다.

이외에도 유아용 온라인 학습 활동 및 콘텐츠를 제공하는 링고키즈(Lingokids)는 9월, 불하운드 캐피탈 주도로 1억 2,000만 달러(약 1,728억 원)를 확보했다. 대학생 성과 향상을 위한 챗봇을 만드는 에드사이트(EdSights)는 프라이빗에쿼티 자금으로 약 8,000만 달러(약 1,152억 원)를 유치했고, 교사 생산성 향상용 AI 툴을 개발하는 매직스쿨AI(MagicSchool AI)는 시리즈 B 라운드에서 4,500만 달러(약 648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엑시트(Exit)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케어아카데미(CareAcademy)는 최근 액티베이티드 인사이트(Activated Insights)에 인수됐다. 이 회사는 홈케어 인력 및 요양보호사 등 저소득 보건 인력 대상 교육 및 자격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금까지 누적 3,300만 달러(약 475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 기반을 둔 온라인메드에드(OnlineMedEd)는 의료 시험 대비 플랫폼인 아처리뷰(Archer Review)에 피인수됐다. 해당 기업은 과거 최소 3,000만 달러(약 432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의료 교육 세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곳이다. 또 캐나다 토론토의 고등교육 특화 소프트웨어 제공사인 모던캠퍼스(Modern Campus)는 올해 8월, 사모펀드 운용사 프로비던스 에쿼티 파트너스에 대주주 지분을 넘기면서 업계 내 존재감을 키운 바 있다.

향후 업계의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교육 특화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해온 아울벤처스(Owl Ventures)는 2025년 보고서에서 글로벌 교육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10조 달러(약 1경 4,400조 원)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 성장 동력으로는 단연 AI를 꼽았다. 인공지능이 학교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며 교사의 업무를 경감시키고,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실질적 기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더 많은 VC 자금이 에듀테크 분야로 유입되는 배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다시 이 시장을 주목하는 시점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AI와 교육의 만남은 여전히 기술 기반 교육 스타트업들의 중요한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