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혁신 생태계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테크 스케일업 오스트레일리아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호주에는 인구 10만 명당 6개에 가까운 비율로 총 1,582개의 스케일업(성장기업)이 존재하며, 이들이 유치한 누적 자금은 360억 달러(약 51조 8,4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호주 GDP의 약 2%에 해당한다.
중국과 인도처럼 인구가 많은 아시아 대국들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규모에서는 한국(2,127개)과 일본(2,268개)에 근접하며, 싱가포르(1,660개)와 유사한 수준이다. 특히 1억 달러 이상을 유치한 대형 스케일업만 71개로, 이는 일본(86개), 한국(96개)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런 성과는 호주의 지리적 고립성과 산업 구조가 결합된 결과다. 이로 인해 건설, 에너지, 광업 등 대륙 산업 기반에 특화된 '인프라테크(Infratech)' 분야에서 호주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프라테크 분야는 지난 5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1억 달러였던 관련 벤처 투자액은 2025년에는 5억 달러(약 7,200억 원)로 증가했다. 전체 호주 스케일업 중 약 10%인 107개 기업이 인프라테크에 속하며, 건설(57%), 에너지 시스템(22%), 핵심 자원(21%) 등 전 밸류체인을 아우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광업 AI 분야에서의 세계적 우위다. 호주는 글로벌 AI 기반 광산 자동화 및 디지털화 투자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12%), 미국(9%)보다 압도적인 비중이다. 대규모 광업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등의 기술이 활성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구체적으로 BHP, 리오 틴토(Rio Tinto), ACCIONA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한 민간·공공 프로젝트가 활발하며, 국제 파트너십 형성과 기술 상용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산업 중심 생태계는 투자 생태계의 특징과도 맞물린다. 현재 호주 내에는 총 491곳의 벤처 캐피털 및 기업형 벤처 캐피털(CVC)이 활동 중이며, 이들이 운용 중인 미사용 자본(dry powder)은 약 320억 달러(약 46조 원)에 달한다. 다만 대부분의 펀드는 5,000만 달러 이하로 초기 단계 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메가펀드(10억 달러 이상) 상당수가 은행 및 대기업 주도의 기업형 투자기구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맥쿼리 그룹, ANZ,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 커먼웰스 은행 등이 있다.
이처럼 특정 산업군에 집중한 전문화 전략은 글로벌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26개의 다국적 대기업이 호주에 혁신 허브를 설립했다. 사업 전략 측면에서도 지역 혁신 거점의 분산보다는 전문성과 집적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투자가 소수 지역에 집중되며 나머지 생태계가 주변화되는 상황에서, 호주는 명확한 산업 정체성과 기술 포지셔닝을 통해 전 세계 혁신지도에서 자리를 확보하는 중이다.
결국 호주의 전략은 명확하다. 특정 산업에 기반한 전문화된 스케일업 성장 구조를 통해 국가 전체의 혁신 동력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협업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는 성장 가능성이 분산된 생태계보다 더 지속적이고 경쟁력 있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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