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美에 5.9조 투자…AI·6G 주도권 겨눈다

| 연합뉴스

핀란드의 대표적인 통신장비 기업 노키아가 미국 내 통신망 개발에 40억 달러(한화 약 5조 9천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노리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노키아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벨 연구소에 약 35억 달러를 우선 투자하고, 텍사스·뉴저지·펜실베이니아주 등지에서는 추가로 5억 달러를 들여 생산 및 연구개발(R&D)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투자 대상은 유·무선 통신, 광통신, 데이터센터 통신 등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성할 AI 관련 기술이다. 일부 연구 분야는 국가 안보와 밀접한 긴급구조, 방위 기술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벨 연구소는 노키아가 운영하는 핵심 기술 개발 기관으로, 과거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통신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미국 내 핵심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겠다는 노키아의 전략을 보여준다.

노키아는 이번 발표를 통해 미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관계도 강조했다. 보도자료에서 “이번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의 결과이며, 미국과 동맹국이 더 높은 안전성과 생산성, 경제 번영을 바탕으로 AI 관련 국제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역시 "이 투자는 AI와 데이터센터, 국가안보 등 핵심 기술이 미국 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상황을 입증하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최근 노키아는 미국 내 6세대(6G) 통신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노키아와 협력해 미국정부의 6G 기술 개발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노키아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약 2.9%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 국내에는 자체 통신장비 기업이 부족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화웨이가 주요 경쟁업체였으나 미국 정부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제한하면서, 현재는 노키아를 비롯한 에릭슨(스웨덴), 삼성전자(한국) 등이 주요 대체 공급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미국과 우호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입지를 확대시키는 한편, AI 및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술 자립성과 공급망 안정화가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이번 노키아의 대규모 투자는 꽤 전략적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