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스타트업 라피더스(Rapidus)가 차세대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Nikkei Asia)은 25일(현지시간) 라피더스가 1.4나노미터(nm) 공정 반도체 생산시설을 2027년부터 구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대만 TSMC, 미국 인텔(INTC), 삼성전자(005930) 등 세계적 반도체 제조사들이 현재 개발 중인 선단공정과 직접 경쟁을 예고하는 행보다.
도쿄에 본사를 둔 라피더스는 2022년 설립된 이후 소프트뱅크그룹과 소니를 포함한 주요 일본 기업들의 지분 투자를 유치했으며, 일본 정부로부터도 수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확보한 바 있다. 현재 라피더스는 홋카이도에 위치한 첫 생산라인을 시험 가동 중이며, 이 공장은 2027년 2나노 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같은 해부터 1.4나노급 팹(fab) 건설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라피더스의 전략적 차별점은 단품 웨이퍼 공정(single-wafer processing)에 있다. 현재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들이 열처리 단계인 어닐링(annealing)이나 산화(oxidation) 등 고온 공정을 수십 장 단위로 일괄 처리하는 방식인 반면, 라피더스는 웨이퍼를 하나씩 처리하며 품질 편차를 줄이고 수율을 개선하겠다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라피더스는 반도체 생산 이후 칩을 구성하는 다이(die)를 절단하고, 이를 기판(substrate) 위에 접합하는 일련의 공정을 자동화하고 자사 공정 내에서 직접 처리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업체들이 외주업체에 맡기던 작업을 내부화함으로써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1.4나노 양산을 2029년부터 개시하고, 향후 1.0나노 공정까지 확대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TSMC의 2028년 양산 계획보다 1년가량 늦지만, 첨단 양산 기술을 자국 내에 확보하려는 일본의 국가 전략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라피더스가 초미세 공정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라는 큰 그림에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술 통제, 중국의 반격, 유럽의 공급망 리쇼어링 등으로 복잡해진 반도체 지형에서 일본의 생산 역량이 새롭게 조명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신규 투자 추진은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 재건 전략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초미세 공정 기술 확보를 주도해온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라피더스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읽혀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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