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형부터 전화기 장난감까지… 장난감 시장, 양극화 트렌드 뜬다

| 김민준 기자

올해도 연말을 앞두고 부모들이 자녀 선물 고민에 빠진 가운데,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신종 장난감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아날로그 감성을 소환하는 '저기술' 장난감들도 다시 주목받으며 장난감 시장의 양극화 트렌드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벤처캐피털 자금이 유입되는 스타트업들도 점차 늘어나며, 아이들의 놀이가 단순한 유희를 넘어 학습과 정서 발달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로 AI 기반 대화형 인형을 만든 본두(Bondu)는 최근 530만 달러(약 76억 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이 스타트업이 선보인 퍼즈 공룡 인형은 32개 언어로 아이들과 대화하며 정보를 제공하고, 일정 알림 설정 등 일상 습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가격은 199.99달러지만, 회사 측은 화면이 없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스크린 디톡스’를 원하는 부모들을 주요 타깃으로 잡고 있다.

샌호세 소재 로이비(Roybi)도 같은 흐름을 탄다. AI 기술로 어린이의 다국어 학습 및 이과 과목 기초 습득을 돕는 로봇을 내놓고 지금까지 430만 달러(약 62억 원)를 조달했다. 이처럼 교육형 AI 장난감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 자녀 교육이라는 실용성을 갖춘 상품으로 포지셔닝되고 있다.

한편 뉴욕 기반 스타트업 스티커박스(Stickerbox)는 음성 명령만으로 스티커를 출력하는 AI 기반 창작 도구를 개발해 설립 두 달 만에 700만 달러(약 101억 원)를 끌어모았다. 이 회사는 화상카메라 없이 사생활 보호를 내세우며 ‘스크린 없는 창의 놀이’라는 차별화를 추진 중이다. 투자자 명단에는 세레나 윌리엄스가 이끄는 세레나 벤처스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원시적인 매력을 지닌 아날로그 장난감도 다시 주목받는다. 미국 시애틀의 틴캔(Tin Can)은 유선 전화기를 연상시키는 어린이용 와이파이 전화기를 만들며 350만 달러(약 50억 원)를 확보했다. 전통적인 방식의 음성 소통을 강조하며 스크린과 거리 두기를 원하는 가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사 PSL 벤처스는 이 회사를 “25년 경력 중 가장 빠르게 입소문 난 스타트업 중 하나”로 평가했다.

장난감 구독 모델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오빗 크레이트(Orbit Crates)는 정기 구독 방식의 어린이 장난감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아이들이 일정 기간 후 다른 장난감으로 바꿔가며 놀 수 있게 해주는 모델로, 유니버시티 오브 코네티컷의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며 실효성도 인정받았다.

문화 정체성을 강조한 장난감 브랜드도 투자자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의 굽바치(Gubbachhi)는 인도 전통을 반영한 친환경 수공예 장난감을 선보이며 최근 D2C 인사이더 엔젤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장난감 산업은 인공지능, 구독 경제, 문화 상품이라는 세 갈래 트렌드로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다. 비록 장난감 시장이 전체 벤처투자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미래 교육 및 정서 발달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연말, 아이들을 위한 선물 고르기를 고민한다면 스크린 없는 스마트 장난감부터 전통 전화기를 닮은 수다쟁이 기기까지 다채로운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