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산화갈륨 원천기술 확보…차세대 전력반도체 국산화 시동

| 연합뉴스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산화갈륨의 원천기술을 부산대학교 연구팀이 확보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소재 자립에 의미 있는 한걸음을 내디뎠다.

부산대학교는 11월 27일 박성균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고품질 산화갈륨 단결정을 성장시키는 기술과 이를 실제 소자에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해 국내 특허 4건을 출원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 건은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돼 동일한 내용으로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도 국제 특허가 출원됐다. 해당 기술은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산화갈륨(β-Ga2O3)은 실리콘(Si),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에 이은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다. 특히 초광대역갭(Ultra-Wide Band Gap, UWBG)을 지녀 고전압, 고온, 고전계(강한 전기장)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 현재 주력 소재인 실리콘은 전자이동도와 내열성 등에서 한계에 봉착했으며, SiC와 GaN은 소재 생산비용과 기판 확보 어려움 탓에 상용화에 제약이 많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산화갈륨 단결정 성장법을 개발했고, 박막 성장 속도를 높이는 기판 표면 구조 제어 기술도 함께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산화갈륨과 다른 소재를 결합한 이종접합 수직 구조를 만들고, 극저온 상태에서의 전자 이동 경로 조절과 자기장에 반응하는 스위칭 소자 기술까지 개발하면서 소재부터 소자까지 전 주기에 걸친 기술 체계를 갖췄다.

연구를 이끈 박성균 교수는 “산화갈륨은 고성능 전력변환 시스템 등 환경 기술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재”라며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반도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동시에,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까지 고려한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를 통해 국내 반도체 소재 기술의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연구성과는 향후 전기차, 우주항공, 군사용 전자기기 등 고성능과 고내구성이 요구되는 산업 분야에서 산화갈륨이 핵심 소재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국내 소재 기술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