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애플이 설계한 칩을 위탁 생산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양사의 관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결별 상태였던 두 기업이 다시 협력에 나서는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기조와 제조업 중심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의 궈밍치 분석가에 따르면, 애플과 인텔은 최근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애플의 M 시리즈 칩을 인텔이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논의가 진전될 경우 인텔은 빠르면 2027년 2~3분기 중 해당 칩의 출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M 시리즈는 애플이 독자적으로 설계한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로, 맥북과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군에 탑재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20년 M1 칩을 시작으로 반도체 자립에 나섰고, 최근에는 최신 모델인 M5를 선보이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인텔 위탁 생산은 M5와 같은 최신 모델이 아니라 가격이 낮은 보급형 구형 모델에 국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인텔의 협력 가능성은 단순한 위탁 계약을 넘어, 미국 반도체 산업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2023년부터 자사 전 제품에서 인텔 칩을 제외하고 자체 칩만을 사용하면서 양사 간 협력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 내 제조시설 강화 기조에 따라 애플이 다시 미국 생산기지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 지분의 약 10%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확보하고, 반도체 제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점도 무관하지 않다.
애플은 이미 미국 내 유리 부품 생산 확대와 1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는 등 자국 생산 확대를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텔과의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다변화된 칩 공급망 구축을 통해 대만 TSMC에 집중된 의존도를 완화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편, 인텔로서는 애플과의 생산 계약이 시장 점유율 확대는 물론 선진 반도체 공정 역량을 전면에 내세울 기회가 된다. 자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그동안 삼성전자나 TSMC에 비해 열세였지만, 애플과의 협력으로 기술력을 입증할 명분을 얻게 된 것이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인텔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19% 급등한 40.56달러로 마감해, 시장 역시 이 같은 흐름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향후 미국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주요 IT 기업 간 협력 구도에 중요한 복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애플이 지속 가능성과 공급 안전성 측면에서 생산지를 다변화하려는 시도는 글로벌 제조업 흐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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