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테이블 형식 데이터를 다루는 인공지능 시장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독일 AI 스타트업 프라이어랩스(Prior Labs)가 1,000만 개 행을 처리할 수 있는 신규 테이블 AI 기반 모델 ‘TabPFN’을 공개하며, 구조화 데이터 분석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올해 초까지 1만 행 분석이 한계였던 기존 모델 대비 무려 1,000배 확장된 성능으로, 업계 최초 수준의 확장성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테이블형 데이터는 금융, 공급망,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정보로 활용된다. 하지만 이미지나 자연어처럼 일정한 패턴이 있는 데이터와는 달리, 구조화된 테이블 데이터는 분야별 맥락과 구성 방식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기존 인공지능 학습 방식으로는 높은 정확도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프라이어랩스는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수억 개의 합성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해 도메인별 사전 학습 없이도 즉시 적응 가능한 범용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TabPFN은 기본 모델로서도 높은 정확도를 제공하지만, 기업의 고유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가 학습(fine-tuning)을 진행할 경우 정교한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 일회성 분석에 그치지 않고, 기업 자체 데이터와 함께 순환형 개선(production feedback loop)을 도입함으로써 자율적으로 정밀도를 높여가는 구조다.
이미 실증 사례도 나왔다. 히타치(Hitachi)는 이 모델을 철도 유지보수 분야에 도입해 선로 상태 예측 정밀도를 높였고, 영국 바이오테크 기업 옥스포드 캔서 애널리틱스(Oxford Cancer Analytics)는 폐 질환 조기 탐지를 위한 임상데이터 분석에 활용해 진단 정확도를 끌어올린 바 있다.
프라이어랩스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프랑크 후터(Frank Hutter)는 “1년 만에 1만 행에서 1,000만 행 처리 모델로 진화한 건, 연구 결과를 빠르게 제품화하는 우리 팀의 실행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고집해온 기초연구 중심 접근법의 성과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 기업 중에서도 드물게 테이블형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운 프라이어랩스는 현재까지 약 934만 달러(약 134억 5,000만 원)를 시드투자 단계에서 유치한 상태다. 투자에는 발더톤 캐피털(Balderton Capital)을 비롯해 헥터 재단, 아틀란틱 랩스, 갈리온.exe, XTX 마켓 등이 참여했다.
데이터 과학과 AI가 대용량 텍스트와 이미지 분석에 집중돼 있던 기존 흐름 속에서, 프라이어랩스는 구조화 데이터라는 미개척 영역에 정공법으로 접근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업 내 핵심 데이터에 대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 도출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금, TabPFN이 그 전환점이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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