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업계의 선두주자인 시놉시스(SNPS)에 약 2조 8,800억 원($2B)을 투자하며 인공지능(AI) 중심의 전략적 협업을 공식화했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지분 인수를 넘어 양측이 향후 수년간 각사의 핵심 기술을 통합해 차세대 반도체 설계 툴과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려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엔비디아는 시놉시스 주식을 주당 414.79달러에 매입했으며, 이는 해당 주식의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소폭 할인된 수준이다. 지난 9월 발표된 인텔(INTC)과의 70억 달러 규모 전략적 협업과 유사하게, 이번 시놉시스 투자도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통합을 동반하는 '제품 융합형'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협업의 첫 단계는 엔비디아의 GPU 최적화 소프트웨어인 CUDA-X를 활용해 시놉시스의 핵심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칩 회로 설계 및 검증 도구 전반에 적용되며, 엔비디아의 최신 GPU 칩인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의 ‘압축 엔진’을 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다.
또한 시놉시스가 350억 달러(약 50조 4,000억 원)에 인수한 앤시스(Ansys)의 다양한 공학 시뮬레이션 도구도 협업 대상에 포함된다. 해당 도구들은 자동차 엔진부터 배터리, 풍력 터빈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시스템 설계에 활용되며, 엔비디아의 연산 자원을 통해 가속화될 예정이다.
이번 파트너십은 AI 기반 자동화 설계 도구인 시놉시스의 ‘에이전트엔지니어(AgentEngineer)’까지 확대된다. 해당 제품은 AI가 칩 설계 테스트 과정을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고안된 툴킷이다. 시놉시스는 향후 엔비디아의 ‘네모(NeMo) 에이전트 툴킷’ 및 대형 언어모델군 ‘네모트론(Nemotron)’을 기반으로 에이전트엔지니어의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메타버스 구축 플랫폼 오므니버스(Omniverse)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툴 코스모스(Cosmos)를 시놉시스와 연동해, 디지털 트윈을 보다 현실감 있게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반도체 및 시스템 설계의 검증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양사는 이외에도 GPU 기반 설계 툴의 클라우드 서비스화를 함께 추진하며, 시놉시스의 지사망 및 리셀러 파트너를 통해 공동 마케팅도 전개할 방침이다.
AI의 역할이 반도체 설계의 전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협업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서 설계 프로세스의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는 상징적 이정표로 평가된다. 특히 CUDA 생태계를 중심으로 GPU와 소프트웨어, 설계 자동화 툴 간 연계가 심화하면서, 향후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산업 전반에 미칠 장기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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